오바마, 아베 정상회담서 뭘 논의했나

입력 2015-04-29 00:10

2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올해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미·일동맹과 아시아를 넘어선 글로벌 협력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발표된 정상회담 공동성명 곳곳에는 ‘전환(transformation)’이라는 단어가 빈번히 나타났다. 2차 대전의 적이 강고한 글로벌 동맹으로 바뀌었으며,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는 인식에서다. 미·일 동맹의 질적인 전환 및 지위 격상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 급변과 깊은 연관이 있다.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력 신장을 견제해야 한다는 데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를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기조로 선언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미·일관계의 질적인 전환은 전날 양국 국방·외교장관 회의 후 발표된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집약된 안보 부문과,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대표되는 경제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10년간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한 국력 소모로 대외 개입을 줄여나가야 하는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안보 부담을 함께 져 줄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표면화된 중국의 위협에 고심하던 아베 총리 정부는 재무장을 금지한 평화헌법의 재해석을 통해 이러한 안보 부담을 지겠다고 나섰다.

TPP도 양국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다. 양국 정상은 “TPP 협상의 급진전을 환영하면서 조기 타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밝혔다. TPP 협상은 일본의 쌀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을 놓고 아직 이견이 상존하는 데다 일자리 감축을 우려하는 미국 노조와 민주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12개 아·태국가가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인 TPP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봉쇄를 위한 핵심 경제적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러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TPP에 반대하는 미국 정치인들을 겨냥해 “우리가 규칙(Rules)을 쓰지 않는다면 중국이 아시아에서 규칙을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주도로 창립되는 아시아투자개발은행(AIIB)에 대한 미·일 양국의 공동 대응방안도 논의됐다.

향후 양국 협력의 외연을 세계로 확대하는 방안도 주요 의제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동비전성명에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양국 정상은 이란 핵 협상과 우크라이나 사태,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이슈들을 다뤘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 핵비확산조약(NPT)체제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중국은 자신들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새로운 미·일 방위지침에 강력 반발했다.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미·일동맹은 냉전시기에 형성됐지만 냉전은 이미 오래전 끝났다”며 “미·일동맹이 중국을 포함한 제삼자의 이익을 침해해선 안 되며 지역의 평화·안정을 그르쳐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훙 대변인은 아베 총리가 전날 하버드대 강연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신매매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서도 “군 위안부는 일본이 2차 대전 중 저지른 엄중한 반인도적 죄행”이라며 “이에 대한 증거는 산처럼 쌓여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