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참사 나흘째인 28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 박타푸르 뱌시 지역은 초입부터 잔해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폭 5m의 길은 양쪽 4, 5층 건물들에서 쏟아진 돌과 나무 등이 2m 가까이 쌓였다. 하늘로 솟은 나무기둥과 슬레이트 높이까지 따지면 4m가 넘었다. 굵은 전선이 늘어져 잔해에 묻혔다. 부서진 집이 300채라는 사람도 있고, 500채라는 사람도 있었다.
주민들은 언덕을 넘듯 돌무더기를 넘어 다녔다. 잔해를 걷어내고 집으로 들어가 이불과 옷가지며 가재 도구, 식료품 따위를 꺼냈다. 이런 것들을 한보따리씩 짊어지고 일개미들처럼 줄지어 잔해를 넘고 천막으로 옮겨갔다. 가스통을 매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잔해 위에 올라서면 주변의 무너지지 않은 2층 건물까지는 손이 닿았다. 구멍 난 2층집 안으로 긴 거울이 달린 화장대와 재봉틀, 옷장, 탁자 등이 들여다보였다. 벽에는 한 여성이 여자 아이를 안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파괴된 건물들 위로 참새떼가 어지럽게 날았다. 얼룩무늬 군복에 주황색 조끼를 걸친 장병 13명이 피해 현장을 바쁘게 오고갔다.
카트만두 도심 비르 병원은 각지에서 실려 오는 환자들로 여전히 붐볐다. 방금 도착한 구급차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은 어린 소녀가 휠체어에 실린 채 옮겨졌다. 지진에 집이 무너져 내리면서 지붕 구조물에 맞아 두개골이 골절됐다는 소녀는 피가 뇌 전두엽에 퍼져 혈전을 제거하는 응급 수술에 들어갔다. 동행한 할아버지는 소녀의 동생도 두 다리가 부러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카트만두에서 65㎞ 떨어진 판츠칼에서 이곳까지 왔다.
병원에는 지진 직후 후송된 500여명의 환자 중 100여명 넘게 사망하고 또 비슷한 숫자가 퇴원했지만 여전히 수백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새로 들어오는 환자들의 숫자는 초기에 비해 줄었지만 꾸준하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인력보다는 의료용품 등 물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라고 했다.
병원을 나선 부상자들 상당수는 도로 건너 네팔 육군기지 공터를 피난처 삼아 짐을 풀었다. 방수포가 설치된 대규모 천막촌이 병원 전면으로 넓게 펼쳐져 있어 환자들과 집을 잃은 피난민들이 다함께 어우러져 몸을 뉘었다. 한 의사는 “어제 왔었다면 건물이 흔들릴 때마다 도로를 가로질러 환자들을 이쪽으로 대피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무도 (병원 건물로) 일하러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진 피해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군 병력까지 총동원한 필사의 구조 작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실종자가 고스란히 사망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까지 나온다.
유엔 분석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타격을 받은 네팔 주민은 총 39개 지역, 8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11개 지역 200만여명은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정부가 5일간 임시 공휴일을 선포하고 관공서를 제외한 모든 상점과 학교는 문을 닫았다. 수도 카트만두조차 사실상 마비상태인 상황에서 구호의 손길은 아직 오지까지 충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구호단체 플랜인터내셔널의 우니 크리슈난 재난대응팀장은 “농촌 지역의 정보가 극히 제한돼 있어 카트만두 바깥의 피해 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물자 조달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구조대도 속속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지진과 산사태에 따른 도로 붕괴, 전력·통신망 불안, 열악한 현지 인프라 등으로 구조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농촌 지방의 도로가 상당수 끊긴 가운데 몇 안 되는 헬기를 띄워도 비와 강풍으로 착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거리와 광장, 운동장 등에서 노숙하며 사흘 밤을 보낸 주민들은 신속한 구호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카트만두 시민 아닐 기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직접 맨손으로 잔해를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네팔 정부는 음식과 생필품을 공급받아 필요한 경우 이재민들에게 공짜로 나눠줄 준비를 하고, 물품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려는 상인들을 체포해 처벌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민심 잡기에 나섰다.
카트만두=강창욱 특파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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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서영희 특파원 네팔 카트만두 르포] 네팔 대지진 참사 사흘째
입력 2015-04-28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