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이 숨진 지 5개월 만에 백골화된 상태로 발견됐다. 정성껏 병간호를 하던 부인이 무서움과 허탈감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광주시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30분쯤 광산구 김모(68)씨의 집에서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안방에서 발견된 시신 일부는 백골화가 진행된 상태였으며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3년 전 교통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으며 이후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아내 임모(64)씨와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임씨는 지난 1월부터 집을 나와 인근에 살고 있는 친구 서모(64·여)씨의 집에서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씨는 임씨가 오랫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는 사실을 수상하게 여기고 집에 찾아갔다가 김씨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임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병을 앓고 있던 남편이 작년 12월 갑자기 숨졌다”며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친구 집에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임씨는 기자와 만나 “3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수발을 들었는데 막상 죽었다고 생각하니 차마 시신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며 그동안 시신을 방치한 사연을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어느날 저녁 장례식장 청소일을 마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 현관에 들어섰다.
안방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남편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도 없었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날 아침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남편을 두고 출근한 임씨는 그 순간 남편이 숨졌음을 직감했다.
임씨는 3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남편이 삶의 의지를 잃고 매일 술을 마시며 살았지만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자신도 유방암을 앓고 있었지만 청소일로 버는 월 100만원 정도 수입을 대부분 남편의 술값과 약값으로 사용했다.
임씨는 이날 남편이 숨진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인근에 살고 있는 친구 집으로 도망치듯 가 오늘에 이르렀던 것이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오랫동안 수발을 든 남편이 갑자기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무기력감에 빠져 모든 일을 체념한 것 같다”며 “시신을 방치한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남편을 오랫동안 정성으로 돌봐온 임씨에게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60대 남성 백골 상태로 발견… 병간호 하던 부인 “무서움과 허탈감에”
입력 2015-04-28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