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남매 5톤 쓰레기 더미에 방치한 ‘비정한 어머니’

입력 2015-04-28 22:30
아들(17·발달장애1급)과 딸(15) 등을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 방치한 비정한 어머니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28일 치우기 전 쓰레기로 가득한 방안 모습.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평동사무소 총괄 팀장 하현승(48·여)씨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아연실색했다.

28일 오전 9시50분쯤 하 팀장을 포함한 동사무소 직원과 권선구청 직원, 대한적십자사 봉사자 30여명은 A(55·여)씨의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마자 펼쳐진 광경에 모두 말문이 막혔다.

현관문 입구부터 수북하게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는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이들은 우선은 쓰레기 더미를 좌우로 밀어 붙여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거실부터 방안, 화장실 등 온 집안이 빈 페트병, 비닐, 오물 묻은 기저귀 등이 허리까지 차올라 있었다.

10시쯤 시작한 쓰레기 치우는 작업은 준비해간 100ℓ 짜리 쓰레기봉투 300개가 거의 소모될 때가 돼서야 끝이 났다. 시계는 오후 4시를 넘고 있었다.

하 팀장은 “TV에서 봤던 ‘세상에 이런 일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며 “사람이 사는 집이 어떻게 이런 상태일 수 있느냐”고 손사래를 쳤다.

권선구청 한 직원은 “화장실과 거실에 오물이 묻은 기저귀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집안 곳곳에는 죽어있는 바퀴벌레 수십마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수거된 쓰레기는 약 5t 정도였다.

지난 26일 오후 수원의 한 5층짜리 아파트에서 인근 주민이 “3층 아파트 베란다에 남자아이가 옷을 벗고 매달려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굳게 잠긴 현관문 대신 옥상에서 로프 등을 이용해 집 안으로 들어간 소방대원들과 경찰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오빠(17)와 여동생(15)을 발견했다. 오빠는 현재 모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여동생(16)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입소했다.

경찰은 이들을 방치한 어머니 A씨를 아동학대로 보고 형사입건할 예정이다.

이날 청소 작업을 지켜보던 같은 아파트 한 주민은 “복도를 오가면서 악취가 나긴 했지만 집 안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쌓여있었는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소유하고 있는 해당 아파트를 매매한 A씨는 오는 7월 이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