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경험한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들어 개선된 실적을 기록하며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요 정유사들은 구조적 위기가 다시 닥쳐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 구조조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439억원을 기록한 에쓰오일은 27일 분기 영업이익 잠정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7.3% 증가한 238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 4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올해 1분기에는 2000억원 안팎의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정유업계의 실적개선은 제품가에서 원유가·운임 등을 뺀 정제마진이 높아지고, 원유판매가격(OSP·Official Selling Price)이 떨어진 영향이 크다.
최근 정제마진은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1분기 미국 정유사 파업과 정기보수 등으로 공급에 일시적인 공백이 생기면서 석유제품가격이 상승했다. 원유가격의 하락으로 일부 개도국의 수요분이 어느 정도 늘어난 것도 정제마진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OSP를 낮추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득을 누릴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거부로 촉발된 유가 전쟁으로 원유생산자들이 너도나도 가격경쟁에 뛰어들었고, 일시적으로 원유수입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OSP가 1달러 하락하면 한국 정유사들이 연간 절약하는 비용은 약 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유가와 정제마진이 모두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해 정유사들의 1분기 호실적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특히 최근 이란 핵협상 타결로 이란이 원유시장 복귀를 선언해 원유 공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제마진 또한 줄어들 공산이 크다. 전 세계적인 석유제품 수요는 정체되어있는 상황에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중동 지역에서 정유시설 건설이 지속되고 있어, 3~4년 안에 석유제품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정유업계 구조조정은 올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GS칼텍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직영주유소 일부를 매각·정리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도 인천부지 내 유휴부지 매각공고(200억원 상당)를 내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를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며 “본격적인 정유사간 사업구조조정, 지분매각 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긴 불황의 터널 지나온 정유업계, 잇단 1분기 실적 개선소식, 그러나 봄날은 아직?
입력 2015-04-28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