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인수전 백지화...채권단 유찰 결정

입력 2015-04-28 20:54 수정 2015-04-28 22:34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금호산업 인수전이 백지화됐다. 채권단이 유찰을 결정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다시 새 경쟁자 등장에 촉각을 세워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금호산업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28일 오후 3시 본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호반건설만 응찰했다고 밝혔다. 이에 금호산업의 새 주인 자리를 노리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되찾아 오려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간 양자대결 구도가 펼쳐칠지 온종일 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응찰가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도는 6007억원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호반건설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000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하나금융그룹은 호반건설에 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앞서 금호산업 채권단이 제시한 적정 매각 가격은 9000억원+알파(α) 수준이다.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이날 저녁 회의를 열고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응찰액이 너무 낮기 때문에 유찰시키고, 재입찰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입찰 과정에서 사모펀드와 대기업이 응찰할 경우 금호산업의 매각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한 통보를 받은 뒤 한 달 이내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산업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출한 응찰액 이상의 금액만 제시하면 된다.

호반건설의 응찰액을 확인한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박 회장이 6000억원대의 자금은 충분히 모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본인자금으로만 2000억원 정도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고, 여기에 2003년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백기사’로 나섰던 군인공제회나 사돈 기업인 대상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설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인수전이 백지화되면서 박 회장은 더 큰 규모의 자금을 모아야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금호산업은 표면적으로는 2014년 시공능력 평가에서 20위에 오른 중견 건설업체다. 그러나 진짜 가치는 지분 관계에 숨어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을 가져오면 우리나라 제2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이 따라온다는 의미다. 아울러 저비용 항공사 에어부산의 지분 46.00%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지분율 100%), 금호사옥(79.90%),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IDT(100%)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금호산업을 놓치면 금호타이어 하나만 남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공중분해되는 상황이어서 재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