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국민’ 14차례 가장 많이 언급- 남미서 대국민 메시지 가다듬었다

입력 2015-04-28 17:24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발표한 '성완종 파문' 관련 대국민 메시지는 지난 16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떠날 무렵부터 틈틈이 고심해온 결과물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언제 메시지를 준비했나"라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출국하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귀국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순방지에서 여러 생각을 다듬고 정리하셨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순방 기간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 국내에서 들어오는 여러 현안 관련 보고를 접하면서 메시지를 준비했다.

이번 순방 수행단에서 이례적으로 김 수석이 빠진 것도 국내 여론 동향을 면밀히 체크해 대국민 메시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였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순방 기간 과로로 위경련과 인두염을 얻으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전날인 27일 저녁에는 박 대통령에게 '계획대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건의부터 '컨디션이 회복된 뒤 직접 발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보고가 여러 루트를 통해 올라갔다.

결국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메시지를 직접 발표하지 않더라도 빨리 발신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 내렸고, 막판까지 메시지의 문구 하나하나를 놓고 수정 작업이 거듭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메시지 발표 사실을 통보한 것은 발표 시작 20분여 전인 9시40분쯤이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메시지를 발표하기로 결정한데는 조금이라도 국정공백을 최소화시키면서 정국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전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성완종 리스트'를 거론, "그게 사실이라면 최종 수익자는 박 대통령"이라며 정권의 정통성을 겨냥하는 등 야권의 공세가 과도하다고 판단한 측면도 건강 악화에도 발표 시점을 당긴 배경의 하나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이날 메시지에서 문 대표가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참여정부 시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두차례의 사면을 중점적으로 문제삼은 부분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원고지 11.6장 분량으로 기존에 홍보수석이나 대변인 등 참모진을 통해 간접적으로 발표하던 언급이나 입장과 비교하면 상당히 길었다. 김 수석의 대독 시간은 6분20여초에 달했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서는 '국민'이라는 단어가 14차례로 가장 사용됐고, 이어 '개혁' 7차례, '부패' 6차례, '사면·의혹·경제' 각 5차례, 수사 4차례 등으로 언급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