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변칙 선거 개입’ 거센 반발

입력 2015-04-28 21:51

새정치민주연합은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독 발표문’에 대해 “야당에 대한 선전 포고” “신병풍(新病風)”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4·29 재·보궐 선거 하루 전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컸다

문재인 대표는 성남 중원 유세 중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담화에 대해 “진정성을 찾을 수 없었다. 대통령은 유감을 말씀했는데 국민들은 오히려 대통령 말씀이 유감”이라며 “두루뭉술하게 유감을 표명할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또 “이 사건의 본질은 성완종 리스트다. 성완종 리스트가 폭로하고 있는 정권 최고 실세들의 부정부패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자신이 몸통” “불법정치자금의 최종 수익자”라는 강경한 발언도 쏟아냈다.

문 대표가 대통령 발표문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여권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한 반면,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논란만 점점 부풀어 오르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직접 특사 문제를 언급한 것은 재보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별도의 입장 발표를 통해 “세간에서는 대통령의 와병 메시지에 대해 ‘신병풍(新病風)’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지지층 결집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메시지와 행동을 보여줬다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정략적인 메시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4·29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없는 특사문제를 길게 언급한 것은 분명한 변칙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위한 별도의 특검법을 발의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발표 시기와 형식, 내용 모두 적절했다고 치켜세웠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하실 말씀을 다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다’ ‘새로운 정치개혁을 이뤄나가겠다’는 대통령 의견에 대해 “적절한 말씀”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이 (당의 의견을) 즉각 수용해 몸이 불편한데도 빨리 이런 입장을 밝혀 국민여론을 수렴한 데 대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특히 “대통령이 사면권에 대한 소신을 말씀하신 것도 적절한 대목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성완종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적극 두둔했다.

찬양 일색의 당 공식 입장과 달리 몇몇 의원들은 혹평했다.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정성이 없는 대독사과’라는 야당의 비판을 부정하기 힘들다”며 “국민의 기대가 10이었다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메시지였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대통령이 느끼는 민심이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수 권지혜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