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미·일 방위지침, 한반도 유사시 개입소지… 정부는 의미축소 급급

입력 2015-04-28 21:52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적극개입 소지가 다분한 미·일 방위협력지침(이하 방위지침)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의미 축소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일본이 전 세계 어디로든 자위대를 보낼 수 있도록 방위지침에 명문화하면서 군사대국화 행보에 나섰음에도, 정부는 “큰 틀에서 우리 입장이 다 수용됐다”는 설명만 내놓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위지침 개정이 한·일이 과거사 갈등으로 멀어지는 사이 미·일 신(新)밀월 시대를 도래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중 대결 양상이 격화되고 미·일은 더 밀착하며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데 한국은 장기적 외교안보 전망도 없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28일 방위지침 개정에 대한 정부합동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정부는 새 방위지침에 따라 (일본) 자위대의 작전개념을 수립할 때 한국 주권을 존중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새 지침은 군사적 성격이라기보다 정치적 의미가 더 있다”며 “일본이 이를 토대로 국내 안보법제를 개정하고 군사작전 계획을 만들 때 우리 입장을 관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일본이 미국으로부터도 인정받은 ‘집단적 자위권’과 ‘미국과 제3국이 공격받을 때 개입 조항’을 놓고, 우리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는 “새 지침은 미·일 양국이 각각 미국 또는 제3국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완전한 주권을 존중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제3국은 한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번 지침에서 명확히 한 것은 한국 주권을 존중한다는 것이고, 우리 동의나 요청 없이 우리 영토에서 군사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강력히 요청해 그런 표현이 들어갔고 미·일이 최대한 지혜를 발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군사개입 대상국의 완전한 주권은 ‘유엔회원국은 집단적 자위권을 갖는다’는 유엔헌장 조항에 이미 다 규정된 것으로, 특별히 한국 입장을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쟁을 당한 나라의 허락을 받지 않고 상대국이 군대를 파견할 수 없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지극한 상식’이라는 것이다.

새 방위지침에 따르면, 한반도 유사시 일본은 주일미군 지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적극 개입할 소지가 다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만약 한·일이 독도를 놓고 군사적 갈등을 일으키면 일본의 군사적 위험에 공동대처토록 돼 있는 미군이 이에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