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방위지침)에 대해 일단 우리 정부는 별 문제가 없다는 스탠스다. 그러나 새 방위지침이 일본의 한반도 개입을 정당화하고 ‘군사대국화’ 움직임을 구체화했음에도 이를 용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전작권 없는 한국, 미국의 자위대 요청 반대 힘들어=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국이 행사하는 한국과 달리 미·일 새 방위지침은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일체화를 한층 공고화하고 있다. 따라서 만에 하나라도 한·일 간 군사적 분쟁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군이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작권을 가진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병력의 투입을 일본에 요청할 경우, 전작권이 없는 한국이 이에 반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유사시 미군 후방기지에 배치된 자위대 일부가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시증원계획에 따라 전쟁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커졌다. 자신들의 안보 이해와 직결된 북한과의 전쟁 시 미국 요청에 따라 주일미군 지원을 위해 한반도에 전투병력 등을 파병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앞으로 일본 자위대는 미군과 함께 평시나 전시에 한반도 공역뿐 아니라 한국군 해상작전구역에서도 작전을 펼치는 등 미군을 등에 업고 한반도 공역과 해상작전구역에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됐다.
◇한·일 독도 군사충돌시 미군 역할 애매모호=새 방위지침에 ‘도서(島嶼) 방위’ 조항이 포함된 것도 논란이다. 미·일은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중국 위협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북아 영토분쟁에 대해 그동안 개입을 삼가던 미국이 일본 영토문제에 발벗고 나서자, 자연스레 독도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 간 군사충돌이 벌어지면 미국의 역할이 애매모호해진다. 새 방위지침으로 일본의 군사분쟁에 미군이 자동 개입토록 돼 있는데, 한·미 상호방위조약 역시 미군이 한국이 참여한 군사분쟁에 자동 개입하도록 해 놨다. 방위지침과 방위조약이 서로 모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정부, “우리 국익에 관련된 요구, 미·일이 충분히 반영”=정부는 28일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새 방위지침은) 그간 우리 정부가 한반도 안보와 우리 국익과 관련해 요구해온 바를 반영했다”며 “특히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서 제3국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명확히 한 데 주목한다”고 밝혔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새 지침에 대해 ‘주목한다(take note)’라고 표현했으며 ‘환영한다(welcome)’이라고 하지 않은 것도 일본에서 안보 법령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3국’ ‘주권의 완전한 존중’ 등의 표현이 애매모호해서, 한반도 유사시 실질적 구속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 시 한국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명문화되지 않아 우리 외교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미·일 방위지침, 일본의 한반도 개입을 정당화·군사대국화 움직임에 우려
입력 2015-04-28 21:38 수정 2015-04-28 2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