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관심을 끈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사실심 마지막 절차인 항소심이 28일 마무리됐다.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는 이날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이 선장에 대해 무기징역을, 나머지 14명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12년을 각각 선고했다.
◇ 대형 인명사고 관련 '부작위 살인' 인정 첫 판결
이번 판결은 대형 인명사고와 관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과정에서 이 선장처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범죄를 인정한 사례는 1978년 '이리역 폭발사고'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부작위에 의한 폭발물파열죄가 적용됐다.
1970년 '남영호 침몰' 때도 검찰은 선장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됐다.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승객에 대한 살인죄를 인정한 결정적 판단 기준은 이 선장이 탈출 직전 2등 항해사에게 승객 퇴선명령을 지시했는지였다.
재판부는 사고 전후 정황, 피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퇴선명령 지시가 없었다고 보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함께 살인 혐의가 적용된 승무원 3명에 대해서는 선장의 감독을 받는 지위였고 일부는 승객 구호에도 동참한 점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다.
◇ "형량 차등화"…선장 책임 막중·승무원들은 감형
재판부는 이 선장에 대해 징역 36년에서 무기징역으로 형량을 높였다.
그러나 나머지 14명에 대한 형은 징역 5~30년(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12년으로 줄였다.
재판부는 선장으로서의 막중한 권한에 따른 책임을 엄하게 묻는 대신 지휘감독을 받는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형을 줄였다고 밝혔다.
직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정하지 않고 최근 설정된 유기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승객 구조 조치 이행 여부, 세월호 승선 경위, 건강상태 등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사고 때 세월호에 처음으로 탄 승무원 2명은 1심에서는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형이 크게 줄었다.
피고인 또는 검찰은 판결에 불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피고인들에 대한 상고 포기도 예상된다.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과 함께 양형에 대해서는 징역 10년 이상 선고된 경우에만 심리하기 때문이다.
◇ "재판장도, 유가족도 울었다"…유가족 빗속 침묵시위
재판장, 배석판사 2명, 재판연구원 등 4명은 지난 18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이들은 팽목항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등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의 안식을 빌었다.
판결문 초고가 작성돼 사실상 재판에 대한 심증을 굳힌 상태였다.
그로부터 열흘 뒤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은 선장에 대한 양형 사유를 설명하며 울먹였다.
서 부장판사는 "선장은 선내대기 명령과 안내방송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안 해 승객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몇 차례 헛기침을 하고도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는지 잠시 멈췄다가 흔들리는 목소리로 선고를 이어갔다.
유가족도 울었다. 재판을 방청한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차라리 풀어줘라", "이렇게 끝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원성을 쏟아냈다.
승무원 대부분이 감형된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하나 둘 법정을 떠나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통을 터뜨렸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살인죄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1심에 비해 형이 2분의 1, 3분의 1로 축소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안전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족 30여명은 기자회견 후 비가 내리는 광주고법 현관 앞 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침묵을 이어가다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법원을 떠났다.
광주=장선욱 기자
세월호 이준석 선장 항소심 ‘부작위 살인’ 인정 첫사례
입력 2015-04-28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