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 자택에서 만난 함광철(44·자영업) 민하영(37)씨는 언뜻 보면 80대 노모를 모시고 딸(8) 아들(5)과 알콩달콩 살고 있는 전형적인 한국인 부부다. 하지만 민씨는 본명이 ‘바야르 사이항 네르구이’로 몽골인 이주여성이다.
민씨가 함씨를 만난 것은 2002년 산업연수생으로 경기도 수원의 전자부품업체에서 일하면서부터였다. 민씨는 유창한 한국말로 당시 첫 설렘을 이야기했다.
“제가 책임감 강한 남자에게 약해요. 오빠(민씨는 남편을 오빠라고 불렀다)가 이국생활에 힘들어하는 제게 한글도 가르쳐주고 이것저것 친절히 대해 주더군요. 처음엔 친구처럼 지냈는데, 어느 날 ‘애인 할래’라고 묻더군요. ‘아니오’라고 튕기다 3년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했죠(호호).”
함씨에게 넌지시 결혼한 이유를 묻자 “처음 봤을 때부터 맘에 들었다”며 “일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연애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특히 몽골여성이 생활력이 강한 것 같아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부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미주알고주알 연애시절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추억을 떠올렸다. 민씨는 잠시 뒤 포도주스를 내오더니 “지금 오빤 100점 만점에 70점이에요. 결혼 전엔 대화를 참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대화를 잘 못해요”라고 힐끗 남편을 쳐다봤다. 그러자 함씨는 “미안해. 바빠서 그래. 더 잘할게. 내가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알지”라고 화답했다.
민씨의 한국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말을 배우는데 수년이 걸렸다. 밥을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것도 몽골과 달랐다. 몽골에선 밥을 먹고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먼저였다. 첫아이를 낳았을 때도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남편은 그런 민씨에게 한국 사람처럼 지내라고 말해 섭섭한 마음에 부부싸움을 한 적도 있다.
이날 만남에는 민씨의 몽골 친정부모가 함께 했다. 한국교회연합,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 등 교계 10여개 단체가 21~29일 일정으로 개최한 ‘한국기독교 선교 130주년 기념 다문화가정 부모 초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것이다. 행사에는 몽골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에서 80여명이 초청을 받았다
민씨 친정어머니 아나르드 올롬(63)씨는 딸이 한국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무척 걱정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애지중지 키운 딸을 멀리 떠나보낼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제 마음이 놓인다. 믿음직한 사위가 딸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롬씨는 “딸이 행복하게 잘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고맙다. 한국 사위가 최고”라며 사위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민씨는 현재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다. 또 어린이집 등에서 몽골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다문화 강사’로도 일한다. 한국어, 컴퓨터 등을 배운 것은 물론이고 한식요리 자격증도 취득해 완벽한 한국인으로 녹아들었다. 불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한국에 와선 몽골인 교회 모임에 나가곤 한다.
민씨는 “한국교회가 이렇게 친정식구들을 초청해 관광까지 시켜주시니 감사드린다”며 특히 목사님들이 다문화가정을 위해 기도해 주신 것에 대해 연방 고마움을 표시했다. 함씨는 “예쁘고 착한 몽골여성을 아내로 맞아 다문화가정을 이룬 게 너무 행복하다”고 환히 웃었다.
수원=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아픈 시어머니 모시고 아들 딸 낳아 행복하게 사는 몽골여인 네르구이씨 이야기
입력 2015-04-28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