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어버이연합 할배와 너무 다른 ‘세월호 할배’… 네티즌 “존경합니다”

입력 2015-04-28 11:10 수정 2015-04-28 11:27
뉴스타파 영상 캡처
뉴스타파 영상 캡처
백발이 성성하고 이도 성치 못한 사립학교의 재단의 노(老) 이사장이 세월호 유가족을 비판하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동년배 노인들에게 “막가고 뻔뻔하다”고 일갈했다. 인터넷매체 뉴스타파가 24일 공개한 다큐멘터리에서다.

채현국(80) 효암학교 이사장은 이 다큐에서 어버이연합 노인들이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발언을 담은 영상은 화면 캡처돼 젊은이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시대의 참 어르신”이라고 치켜세웠다.

다큐에 따르면 채 이사장은 지난 16일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빈소를 찾았다.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조문한 그는 “혹여 나 하나라도 함께 한다는 게 아픔을 걷어내는 일이 될까를 기도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후 채 이사장은 빈소 인근에서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 집회’를 가진 어버이연합 시위대와 만났다. 채 이사장은 “연세가 딱 어르신 연배 되시는 분들이 매우 많다”는 VJ의 말에 “저 자식들 막상 내 나이만큼도 되지 않는 놈들이 저래요. 칠십 몇살 막가고 뻔뻔해져서. 늙으면 지혜로워진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농경시대의 꿈같은 소리입니다. 늙으면 뻔뻔해집니다”라고 비판했다.

채 이사장의 과거 발언도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친구들한테 노인세대를 어떻게 봐달라고 한 말씀 해 달라’는 질문에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는 촌철살인은 한동안 회자가 됐다.

채 이사장은 뉴스타파 다큐에서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와 만나기도 했다. 채 이사장은 “왜 4월 16일 애들이 간 날 와서 (우리를 욕하는 시위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일부터 오든지”라는 김씨의 푸념에 이렇게 말했다.

“왜 그럴까요. 정신병도 아니고 집단 정신병도 아닐텐데. 악행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공감을, 그 사람들은 사실 공감을 못해요. 마비 걸린 것 이상으로 그 사람들은 정말 남이야 자기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가슴 아픈 사람을 또 찌르는 짓인 걸 전혀 모릅니다. 짐작도 못해요.”

채 이사장은 다큐에서 젊은이를 향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그들(노인들)을 욕해봤자 소용없어요. 욕을 넘어서야 해요. 그런 자들이 바로 못하게끔 젊은이들이 좀 더 분발해야 됩니다”라면서 “(노인들이) 젊은 시절에 이미 오늘날 저런 어른이 되게끔 엉터리로 배우고 엉터리로 살았습니다. 늙을 때도 정말 부실하게 살았습니다. 지금 젊은이들 부실하게 살지 말라는 소리가 나의 역점이지 늙은이들 비판하는 게 내 역점은 아닙니다”고 말했다.

다큐 영상이나 영상을 캡처한 화면으로 채 이사장의 발언을 접한 네티즌들은 환호했다.

‘할배~ 너무 멋지십니다.’

‘저도 저렇게 늙고 싶네요.’

‘저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지고지순하고 신사적인 욕을 보았습니다.’

‘늙으면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웠던 사람이 늙는 것뿐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