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국(80) 효암학교 이사장은 이 다큐에서 어버이연합 노인들이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발언을 담은 영상은 화면 캡처돼 젊은이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시대의 참 어르신”이라고 치켜세웠다.
다큐에 따르면 채 이사장은 지난 16일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빈소를 찾았다.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조문한 그는 “혹여 나 하나라도 함께 한다는 게 아픔을 걷어내는 일이 될까를 기도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후 채 이사장은 빈소 인근에서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 집회’를 가진 어버이연합 시위대와 만났다. 채 이사장은 “연세가 딱 어르신 연배 되시는 분들이 매우 많다”는 VJ의 말에 “저 자식들 막상 내 나이만큼도 되지 않는 놈들이 저래요. 칠십 몇살 막가고 뻔뻔해져서. 늙으면 지혜로워진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농경시대의 꿈같은 소리입니다. 늙으면 뻔뻔해집니다”라고 비판했다.
채 이사장의 과거 발언도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친구들한테 노인세대를 어떻게 봐달라고 한 말씀 해 달라’는 질문에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는 촌철살인은 한동안 회자가 됐다.
채 이사장은 뉴스타파 다큐에서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와 만나기도 했다. 채 이사장은 “왜 4월 16일 애들이 간 날 와서 (우리를 욕하는 시위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일부터 오든지”라는 김씨의 푸념에 이렇게 말했다.
“왜 그럴까요. 정신병도 아니고 집단 정신병도 아닐텐데. 악행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공감을, 그 사람들은 사실 공감을 못해요. 마비 걸린 것 이상으로 그 사람들은 정말 남이야 자기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가슴 아픈 사람을 또 찌르는 짓인 걸 전혀 모릅니다. 짐작도 못해요.”
채 이사장은 다큐에서 젊은이를 향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그들(노인들)을 욕해봤자 소용없어요. 욕을 넘어서야 해요. 그런 자들이 바로 못하게끔 젊은이들이 좀 더 분발해야 됩니다”라면서 “(노인들이) 젊은 시절에 이미 오늘날 저런 어른이 되게끔 엉터리로 배우고 엉터리로 살았습니다. 늙을 때도 정말 부실하게 살았습니다. 지금 젊은이들 부실하게 살지 말라는 소리가 나의 역점이지 늙은이들 비판하는 게 내 역점은 아닙니다”고 말했다.
다큐 영상이나 영상을 캡처한 화면으로 채 이사장의 발언을 접한 네티즌들은 환호했다.
‘할배~ 너무 멋지십니다.’
‘저도 저렇게 늙고 싶네요.’
‘저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지고지순하고 신사적인 욕을 보았습니다.’
‘늙으면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웠던 사람이 늙는 것뿐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