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왜 죄인처럼 뒷문으로 들어가나” - 워싱턴 이용수 할머니

입력 2015-04-28 01:03 수정 2015-04-28 08:54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강연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강연한 27일(현지시간) 건물 밖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학생들이 아베 총리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정문이 아니라 뒷문으로 들어가 만날 수 없게 되자 “한 나라의 총리가 떳떳하다면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야지…”라면서 “죄를 지은 사람이라 한 나라의 총리답게 떳떳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우리한테 들킬까 봐) 뒤로 돌아 몰래 들어가느냐. 아베는 뭐가 그리 무서우냐”고 일갈했다.

이 할머니와 학생들은 아베 총리가 도착하기 한참 전 연설장 앞에 도착했다.

일부 학생들은 ‘침묵’을 뜻하는 ‘X’자 모양의 검은색 테이프가 붙은 흰색 마스크를 썼다.

‘역사를 직시하라’ ‘역사는 다시 쓸 수 있어도 진실은 결코 다시 쓸 수 없다’ ‘가슴 아프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실을 수용하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정의를’ ‘당신의 역사 부정은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

건물 입구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수십m 가량 늘어선 학생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아베 총리의 올바른 역사인식 촉구했다.

건물 입구 바로 앞에는 ‘20만 명이 넘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이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아베는 역사부정을 중단하고 지금 당장 명백하고 분명하게 사과하라’는 긴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 할머니는 불편한 몸에도 휠체어에 앉아 ‘나는 일본군 성노예의 생존자다’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아베 총리의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을 규탄했다.

이 할머니는 전날 밤 하버드대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던 위안부의 참상을 증언했다.

이 할머니는 “아베가 빨리 진심 어린 사과와 법적 배상을 해서 한일 양국이 평화롭게 함께 살아야 한다”면서 “아베는 내가 죽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