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 '나루'는 '대재앙'을 눈치챘던 걸까…‘네팔 대지진’ 직전 곁을 떠났던 고양이와 극적 상봉 사연

입력 2015-04-28 00:06 수정 2015-04-28 00:36
글쓴이가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린 고양이 나루 모습. 나루는 강진이 덮치기 직전 집을 나갔다가 이틀만에 돌아왔다고 한다. 나루의 눈에선 공포가 느껴지는 듯하다.

지진은 동물에게도 악몽이다. 하지만 동물은 지진을 미리 감지하는 촉이 인간보다 탁월하다.

네팔 포카라 지역에 사는 한인 주인 곁을 늘 떠나지 않았던 고양이 ‘나루’도 곧 닥칠 ‘대재앙’을 눈치챘던 것일까.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1시쯤, 규모 7.8의 강진이 네팔 수도 카트만두와 제2의도시 포카라를 뒤흔들기 직전, 나루는 주인이 운영하는 가게 건물의 문을 소리없이 나섰다.

나루도 사람처럼 여진의 공포로 두려움에 떨며 거리를 떠돌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틀을 밖에서 보낸 뒤 다시 주인 곁으로 돌아왔다.

아들 같은 존재를 잃고 발을 동동 굴렀던 주인은 이렇게 나루와 극적으로 상봉한 사연을 국내 온라인 사이트에 소개해 네티즌들의 큰 공감을 사고 있다.

‘아카스-네팔’이라는 필명을 쓰는 주인공은 27일 인터넷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와 한 포털 카페에 올린 ‘네팔 포카라 지진과 나루’라는 제목의 글에서 “많은 분들이 네팔을 걱정해 주고 내일처럼 걱정해 줘 힘이 난다”며 운을 뗐다. 글쓴이는 그동안 이 인터넷커뮤니티와 포털 카페를 자주 애용하며 '온라인 지인'들과 교분을 쌓아왔던 모양이다.

글쓴이는 곧이어 “무엇보다 지진 직전 가게를 나갔던 나루가 이틀 만에 돌아왔다”며 기쁨을 전했다.

그는 “혹시 나루가 밤에 들어올까 해서 가게 1층 셔터를 조금 열어놨는데, 셔터를 열자마자 어디선가 ‘냐아 옹’ 하는 낯익은 소리가 들렸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처음엔 '나루 맞나' 할 정도로 울음소리에 힘이 없었고, 기분 나쁠 때 하는 특유의 표정(두 눈을 질끈 감고)을 지어 너무 미안하고 가슴 뭉클했다고 전했다.

그는 “녀석이 ‘냐아 아 아 아 옹!' 하고 울면서 계속 졸졸 따라 다니며 얼굴을 부비고 하는데, 마치 “'무섭고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 넌 어디 있었냐'고 묻는 듯 했다”며 가슴 아파했다.

글쓴이는 나루의 행색이 더럽진 않았고 풀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서 근처 수풀 같은 곳에서 숨어 있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다만, 왼쪽 입가에 살짝 긁힌 자국이 나 있어 지진 피해를 피해가진 못했다.

글쓴이는 아울러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포카라에도 크고 작은 여진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충격받은 건물이 무너질까 걱정된다”며 현지의 불안한 상황을 전했다. 이번 강진의 진앙지 고르카 지역은 카트만두보다 포카라에 더 가깝다.

그는 “지진이 처음 발생했던 토요일 가게에 도착해 보니 나루가 사라지고 없었다. 지진 전조를 알고 피한 것 같기도 했다”면서 “너무 심란해서 가게 문을 열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 지진이 닥쳤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만약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받았으면 많이 혼란스러웠을텐데, 결과적으로 나루 덕분에 대피가 쉬웠다. 이것 저것 좀 깨지고 부서졌을 뿐 건물은 다행히 괜찮다”며 걱정해 준 분들께 감사함을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무사하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나루 아빠, 소식 없어서 걱정했는데, 더 이상 피해 없길 기도하겠습니다” “나루야, 정말 잘 왔어. 진짜 대견하구나” “다시는 나루랑 헤어지는 일 없길 바래요” “이틀간 밥이랑 물도 제대로 못 먹었을텐데, 잘 챙겨주세요” 등의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