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등정길에 올랐다가 강진과 눈사태로 생사가 엇갈린 산악인들의 사연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CNN방송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미국 등산가 존 레이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눈사태를 만났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7대륙 최고봉 가운데 에베레스트만 오르지 못한 그는 2013년 첫 도전 때는 몸이 좋지 않아 포기했고 두 번째 등반을 시도한 지난해 4월에는 셰르파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규모 눈사태를 만나 발길을 돌렸다.
세 번째인 올해 도전에서 레이터는 강진으로 또 눈사태를 겪었다. 당시 베이스캠프에 있던 그는 “엄청난 규모의 눈사태였다. 눈이 마치 구름처럼 몰려와 텐트 수백채를 삼켜버렸다”고 증언했다.
끔찍한 재난을 두 번이나 겪은 만큼 등정을 포기할 법도 하지만 레이터씨의 부인 수전은 “남편은 또 도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다시 에베레스트에 가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말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출신의 여성 애슐리 스텀러도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다.
25일 규모 7.9의 첫 번째 강진이 일어났을 당시 그의 일행은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에서 불과 4시간가량 떨어진 지점의 에베레스트 경사면을 오르고 있었다.
그는 지진 순간 땅이 흔들리면서 균형을 잃고 넘어져 고산병으로 몸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며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순간을 페이스타임을 통해 부모들에게 전했다.
불과 이틀 전에 묵었던 그들의 베이스캠프는 완전히 파괴됐다.
모두가 두 사람처럼 운이 좋지는 못했다.
구글 임원 댄 프레딘버그는 다른 구글 직원 3명과 함께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섰다가 눈사태를 만났다. 트위터 등에 네팔 여행 관련 글을 활발하게 올리던 그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결국 숨졌다.
미국 등산서비스 업체 매디슨 마운티니어링 소속 의사인 머리사 이브 지라웡도 베이스캠프에 있다가 눈사태에 휩쓸려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영국 레스터 대학에서 산악 의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지진이 나기 불과 몇 시간 전 그의 페이스북에 “28일째 고된 여정. 눈은 오고 내 식탐은 최고조”라며 농담 섞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가족들은 페이스북에 “이브는 그가 가장 사랑하던 일, 다른 이를 돕는 일을 하다 떠났다”는 글을 올려 슬픔을 달랬다.
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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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7 17:35 수정 2015-04-27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