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李총리 사표 전격 수리… ‘성완종 리스트’ 정면돌파 의지

입력 2015-04-27 20:20

박근혜 대통령이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27일 귀국일 당일 이완구 총리의 사표를 전격 수리하면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박 대통령 역시 순방 중 이를 사실상 수용한 만큼 더 이상 늦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귀국 직후 이 총리 사표 수리를 속전속결로 처리함으로써 한껏 떨어진 국정 동력을 다시 한번 추스르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박 대통령은 최소한 하루 이틀 절대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당분간 일정을 잡지 않고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도 “순방에서 무리한 만큼 최소한 하루 이틀은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표 수리라는 형식상의 절차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이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귀국 즉시 사의 수용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당초 이 총리에 대한 공식 사표 수리 절차는 30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별다른 일정 없이 이틀간 휴식을 취하면 4·29재보선이 있는 만큼 이 총리 사표 수리는 30일쯤 되지 않겠느냐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당일 이를 처리한 것은 앞으로는 개혁 추진에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무언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박 대통령이 이번 파문에 대해 추가적인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당초 28일로 예정된 국무회의를 박 대통령이 주재하면 모두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번 파문에 대한 유감 수준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못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재함에 따라 박 대통령의 공개적인 메시지 천명은 다시 미뤄지게 됐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선 대국민 사과가 아닌 유감 수준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자 총리 임명권자로서 이 총리와 관련한 의혹, 논란에 대해선 유감을 표하고 앞으로 강력한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날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당청 간 조율이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교감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