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의뢰로 태어난 수십명의 갓난아이와 산모들이 네팔 대지진으로 생명의 위험에 처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아시아 최빈국인 네팔은 외국인들이 여성 대리모들을 구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특히 이스라엘과 유럽 지역의 부부들한테 의뢰가 많다. 27일 이스라엘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법무부가 전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지진으로 위험에 처한 4명의 네팔인 대리모가 자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또 그들을 수송하기 위해 조만간 ‘갓난아기 수송용 전세기’를 띄우기로 했다. 현지에는 25명의 다른 갓난아이들이 이스라엘인들의 의뢰로 태어난 상태인데 다 데려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전원 데려올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용기에는 신생아를 위한 수술실과 응급처치 시설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아기와 산모는 이미 지진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상태라고 이스라엘타임스는 전했다. 또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의뢰로 태어난 갓난아이들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은 아직 없는 상태다.
희생자 가운데에는 에베레스트산의 베이스캠프에서 산악전문 의사로 활동해온 20대 여성도 포함돼 있어 전 세계 산악인들이 애도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 소재 등산서비스 업체인 매디슨 마운티니어링 소속 의사인 머리사 이브 지라웡(28)은 지난 25일 눈사태가 닥친 베이스캠프 현장에서 숨졌다. 그녀는 등반시즌이 되면 늘 베이스캠프에 머물며 산악인들의 안전을 돌봤다. 그녀는 지진이 발생하기 불과 몇 시간 전 그의 페이스북에 “28일째 고된 여정. 눈은 오고 내 식탐은 최고조”라며 농담 섞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안타까운 소식이 넘치지만 가까스로 희생을 모면한 이들의 사연도 알려지고 있다.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던 그리스 등반대의 경우 네팔에서 도둑을 맞은 것이 전화위복이 돼 대지진의 화를 면했다. 그리스 공영TV 네리트는 자국 산악인 9명이 카트만두에 도착했다가 가이드를 맡은 네팔인 셰르파가 돈을 훔쳐 달아나는 바람에 에베레스트 등정을 포기하고 대지진 발발 전날 귀국함에 따라 다행히 화를 모면했다고 전했다.
에베레스트에서 두 차례나 눈사태를 겪고도 살아남은 이도 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에베레스트에 도전한 미국인 존 레이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눈사태를 만났다. 7대륙 최고봉 가운데 에베레스트만 오르지 못한 그는 2013년 첫 도전 때는 몸이 좋지 않아 포기했고 두 번째 등반을 시도한 지난해 4월에는 셰르파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규모 눈사태를 만나 발길을 돌렸다. 레이터는 세 번째인 올해 도전에서는 베이스캠프에서 눈사태를 겪었지만 다시 살아남았다. 그의 부인은 “남편이 내년에도 또 에베레스트로 가게 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그의 산행을 말리지는 못하게 될 것”고 말했다.
미국인 여성 애슐리 스텀러는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다. 그녀는 최근 며칠 간 계속 이번에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베이스캠프에 머물다 지진 발생 전날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현장을 떠난 덕분에 참사를 면했다.
또 대지진 당시 카트만두를 여행하던 중국인 여성의 경우 현지 주민들의 보호 속에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친구들과 함께 네팔을 여행 중이던 황징야오씨는 25일 낮 카트만두의 타멜 거리에 있다가 땅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진을 겪은 적이 없어 당황하던 차에 주변의 상점 주인이 이들을 담모퉁이로 잡아끌었다. 사태가 진전되고 보니 자신들이 서 있던 도로 곳곳이 갈라지고 전봇대가 쓰러져 있는 등 거리가 온통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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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네팔 대지진] 외국인 의뢰 대리모와 갓난아기 등 수십명 위기… 가까스로 화 면한 사연 속출
입력 2015-04-27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