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당청 관계에서 새누리당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여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거침없는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 수직적인 당청 관계와 비교할 때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청 관계의 주도권이 청와대에서 새누리당으로 서서히 옮겨지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새로운 당청 관계를 받아들일지가 관전 포인트로 등장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실상 박 대통령 사과 표명 요구=당청 관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인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투톱’이다.
유 원내대표는 27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씀을 직접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이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정직한 목소리를 듣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사과 표명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뉘앙스는 다르지만 김 대표도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경기 성남중원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검찰수사 진행과정 중에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또 ‘호남 총리론’을 들고 나왔다. 김 대표의 호남 총리론은 4·29 재선거가 열리는 광주 서을을 의식한 ‘선거용’ 수준을 뛰어 넘는 소신 발언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엇갈린 시선=새누리당 ‘투톱’의 발언은 청와대와 사전교감 없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사과를 거론하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박근혜정부 들어서서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임에 틀림없다.
새누리당에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할 말을 했다”면서 “‘성완종 리스트’로 정국이 풍비박산 났는데, 이 정도 말도 못하냐”는 기류가 우세하다.
새누리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측근 인사들이 ‘성완종 메모’에 기재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옳은 해법이 아니다”라며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선 박 대통령의 솔직한 사과나 유감 표명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 표명 요구는 박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친박(친박근혜) 의원은 “사과나 유감 표명을 촉구하는 것은 박 대통령과 이 파문을 연관시키려는 야당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의원은 “호남 총리론도 위험한 발상”이라며 “다른 지역 출신 인사를 총리로 기용하면 박 대통령이 당 대표의 국민 대통합 요구를 무시한 것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당청 관계의 미묘한 힘겨루기 속에 청와대의 반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성완종 파문’ 이후 당청 관계 주도권 쥐려는 새누리당
입력 2015-04-27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