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고(故) 이한열 열사의 찢어진 운동화가 복원된다. 이 열사는 시위에 나섰다가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운동화는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을 당시 신고 있었던 것이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근·현대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47) 박사에게 이 열사 운동화 복원 작업을 의뢰했다고 26일 밝혔다. 그가 신었던 ‘타이거’ 운동화는 가족이 보관하다 2004년 이한열기념관으로 옮겼다. 기념관은 지난해 이 열사의 옷가지 등의 유품을 보존 처리했지만 운동화는 전문가를 찾지 못해 복원을 미뤄왔다.
운동화는 폴리우레탄 재질인 밑창에 열화 현상이 생기면서 망가진 상태다. 뒤축 부분만 100여 조각이 났고 이를 손으로 집으면 바스러질 정도다. 김 박사는 미국에서 미술가 마르셀 뒤샹의 폴리우레탄 작품을 보존 처리한 기록을 참고했다.
그는 “운동화를 환자에 비유하면, 그간 다양한 환자를 접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환자를 처음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기념관은 복제품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으나 김 박사는 운동화 끈조차 풀지 않은 채 보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밑창의 경우 같은 무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운동화 제작사인 삼화고무가 1990년대 부도나 남은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인터넷에서 세계 각지의 운동화 패턴을 검색하며 일치하는 무늬를 찾고 있다.
그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운동화이기에 열사가 신던 그 상태로 돌리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보관이 잘못돼 변형된 부분은 손댈 수 있지만 나머지는 최대한 본래 상태로 복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찢어진 이한열 열사 운동화 복원된다
입력 2015-04-26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