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참사 이틀째인 26일 한국에서 고국의 재난 소식을 접하는 네팔인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전기·통신이 끊긴 친지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수천명 사상자 소식에 눈물을 훔쳐야 했다.
수원에 사는 네팔인 모임 회장인 요엘(32)씨는 이날 처삼촌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의 장모 역시 팔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요엘씨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집이 부서져 주민들이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며 ”마음은 고향에 가고 싶지만 비자와 비용 문제로 걱정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네팔 음식점을 하는 구룽(40)씨는 식당에서 뉴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구룽씨는 “네팔에 있는 아내가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진이 났다고 한다”며 “가족이 무사하긴 하지만 전화가 잘 안 된다. 물이라도 떠다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함께 지내던 그의 아내와 아들은 불과 일주일 전에 네팔로 돌아갔다가 지진 피해를 겪었다.
2009년 네팔인 최초로 서울시 명예시민이 된 케이피(47)씨는 서울 광화문의 한 네팔 음식점에서 기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속 지진 피해 사진을 보여주며 도움을 호소했다. 그 사이 그의 휴대전화에는 ‘뭘 도와주면 되겠나’ ‘걱정이 많겠다’ ‘힘내라’는 한국인 친구들의 전화와 문자가 빗발쳤다. 케이피씨는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 생긴 상황에서 바람은 인명피해가 최소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네팔인협회는 구호 지원을 위한 회의를 열어 모금운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비노드(43·한국명 서민수) 회장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네팔인은 약 2만9000명이다. 이중 이주노동자가 2만600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국내 구호단체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굿네이버스는 지진 피해 지역에 40만 달러(약 4억3000만원) 규모의 긴급 구호에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유니세프도 네팔 정부와 함께 어린이 영양·보건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네팔에 총 1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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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6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