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정오 무렵 갑작스런 강진이 강타한 네팔 수도 카트만두는 아비규환에 휩싸였다. 삽시간에 무너진 건물과 갈라진 도로 틈새에 매몰된 이들의 신음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AP통신과 BBC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지진이 발생한 직후 도시가 식간에 폐허로 변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저개발 국가 중 하나인 네팔의 수도, 인구 250만명의 카트만두 일대에 악몽 같은 피해를 선사했다”며 21세기 최악의 지진 중 하나로 평가했다.
지진이 발생하면서 흙과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과 담벼락들이 대다수 무너져 내렸다. 인구밀도가 높고 빈민가에 오래된 주택이 밀집돼 있어 피해는 더 컸다. 비교적 신축 건물들도 외벽에 금이 쩍쩍 벌어질 정도로 지진의 충격은 거셌다.
겁먹은 주민들은 건물 밖으로 탈출했지만 바깥 역시 안전하진 못했다. 건물이 붕괴해 먼지 구름이 흩날리는 거리 위로 도로는 두 동강으로 찢겨지고 넓은 균열이 곳곳에 발생했다. 차량들이 지진의 충격에 미끄러지고 오토바이도 도로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상황이 이렇자 갈 곳을 잃은 이들은 그대로 주저앉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카트만두 주민인 사지야 구룽은 BBC방송에 “TV를 보던 중 갑작스레 집 안의 모든 것들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무작정 외부로 달렸다”며 “주변의 많은 주택이 붕괴돼 파이프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고 부상자들이 옮겨지고 있었다. 그 혼란스러운 거리에서 나와 이웃들은 손을 잡고 주님께 우리가 무사함을 감사했다”고 말했다.
카트만두의 사무실에서 탈출한 홈 낫 바따라이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광장과 전망대가 있는 여러 타워 등 사람들로 붐볐던 곳들이 붕괴되고 건물이 넘어가면서 인명피해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홈씨는 사건 직후 부상자들이 여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재차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질까 염려해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버티는 사람들까지 병원 인근이 부상자로 넘쳐났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다수가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면서 특히 카트만두 노빅 국제병원의 주차장은 임시병동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지진이 발생할 당시 고대 사원단지에 있었다는 미국 ABC방송의 시오반 헤뉴 기자는 주변의 여러 사원이 순식간에 붕괴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무작정 도망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카페 테이블 밑에 들어가 숨어 있던 순간은 “엄청나게 공포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지진 당시 버스를 타고 있었다는 한 외국인 여성은 “20m 정도 앞에서 큰 바위가 버스를 향해 굴러왔고 주변의 모든 건물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고 말했다.
무너진 건물에 깔려 매몰된 사람도 많았다. 붕괴된 건물에서 간신히 피한 시민들은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매몰된 사람을 구하려 애쓰기도 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토머스 니보는 지진발생 직후 “관광객 다수도 구조 대열에 합류해 망치와 곡괭이로 콘크리트 벽을 뚫어내고 철근을 자르는 등 수시간 동안 구조를 위해 애썼다”면서 “우리 모두 잔해 밑에 수많은 사람들이 더 깔려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첫 충격이 강타한 이후 25일 하루 동안에만 여진이 스무 차례 넘게 계속되면서 매몰을 피한 사람들 역시 계속되는 붕괴의 공포에 매순간 직면했다. 26일 오후에도 네팔과 인도에 걸쳐 진도 6.7의 여진이 강타하면서 현지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터로 내몰리고 있다. 기반시설의 파손이 잇따르면서 물과 생필품이 부족해진 탓에 거리에 나앉은 주민들의 고통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유엔개발계획의 현지 활동가인 제이미 맥골드릭은 “카트만두와 같이 아직 성장이 미약한 도시의 일반적인 상황 상 조만간 물 공급은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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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6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