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지진] 에베레스트산 일대도 아수라장

입력 2015-04-26 17:13

네팔 지진으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8848m)으로 향하던 등반가들도 다수 사망했다. 특히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34m)의 경우 인근에 있는 쿰부 빙벽에서 눈사태가 발생하면서 피해가 컸다고 뉴욕타임스(NTY)와 dpa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행히 한국인 산악인의 피해는 없었다.

dpa통신은 네팔 지진으로 에베레스트산 일대에서 18명이 숨지고 61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사망자는 베이스캠프에서 발생했다. 베이스캠프는 본격적인 등반을 앞두고 컨디션을 조절하거나, 등반 작전회의, 날씨 변화 체크 등을 하기 위해 머무는 일종의 ‘대기장소’다. 아마추어 산악인들도 에베레스트 정상을 보다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베이스캠프를 방문하는 경우도 흔하다.

당시 베이스캠프에는 외국인 등반가들과 이들의 산행을 돕는 네팔 현지 가이드인 셰르파 등 800~1000명 정도가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에베레스트는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4~5월과 9~10월이 등반 최적기여서 지난 주말 유난히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문제는 지진이 발생한 직후 그 진동으로 인해 베이스캠프 앞쪽에 위치한 쿰부 빙벽 주변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눈과 얼음이 베이스캠프로 흘러내리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산악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CNN방송 등이 보도한 장면을 보면 눈사태 뒤 많은 텐트들이 눈에 파묻혀 있었고, 일부는 텐트 형태가 사라져 천조각이 나뒹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현지에 있던 산악인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눈과 함께 바위도 굴러떨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눈사태는 1캠프(5943m)에도 쏟아져 내렸으나 다행히 이곳에서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또 그 이상의 캠프 및 경사면에서도 눈사태가 발생해 산악인들이 고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악인 일부는 에베레스트산 옆에 있는 준봉인 로체산(8516m)을 정복하기 위해 나섰다가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로체 도전에 나섰던 루마니아 산악인 알렉스 가반은 트위터를 통해 “산사태가 발생한 뒤 살기 위해 텐트에서 도망쳤다”고 다급한 순간을 소개했다.

에베레스트에서는 지난해 4월과 10월에도 베이스캠프와 1캠프 사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수십명이 사망하는 등 산사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워낙 경사가 가팔라 약간의 충격과 기온변화에도 눈과 얼음이 수시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글은 자사의 댄 프레딘버그 이사가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하다가 숨졌다고 발표했다. 프레딘버그는 구글의 연구소인 구글X에서 무인자동차와 관련해 일했으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빙하를 살립시다(Save the ice)'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구글이 에베레스트산 일대를 ’스트리트 뷰‘로 찍어 서비스하는 데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

한국인 전문 산악인들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산악연맹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주변에 4개팀 20여명이 머물렀는데 다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마추어 산악인들이 산악연맹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에베레스트 산행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어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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