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강판 생산 공장인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여의도 7배 넓이인 630만평의 공장부지에서 연 830만t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한다. 지난 22일 방문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본관 건물 입구에는 ‘자동차 강판 전문제철소’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자동차 강판 생산의 마지막 과정 중 하나인 아연도금 공장(CGL)에서는 700메가파스칼(㎫·㎠당 10㎏의 하중을 견디는 강도) 이상의 초고강도 자동차 강판에 아연도금을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천처럼 얇게 펴진 자동차 강판을 아연 통에 담근 다음 열처리를 통해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도금 과정에서 생기는 아연찌꺼기는 로봇 팔이 수거하고 있었다. 광양제철소 이승복 전략제품개발과장은 “자동차 강판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공정”이라며 “여기에서 생산된 제품은 현대자동차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자동차 외판과 내판용으로 주로 납품된다”고 설명했다.
도금공장 한쪽 건물 안에서는 도금표면에 대한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었다. 특수카메라로 도금된 표면을 검사해 작은 흠집들을 골라내고, 일부 제품들은 검사원이 직접 숫돌로 도금된 표면을 갈아보는 표면품질검사가 진행됐다. 이 과장은 “눈으로 보면 도금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숫돌로 갈아보면 불량품은 물결무늬 등 이상무늬가 나타나는데 도금이 고르게 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보통 1㎞ 길이의 강판에 1개 정도의 흠집이나 도금불량이 발생하는데, 불량품은 전량 폐기 처리된다.
요즘 자동차에 쓰이는 자동차 강판은 1994년에 비해 무게가 35% 이상 줄었지만, 강도는 271㎫에서 789㎫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자동차 강판은 더 가벼우면서도 더 단단한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쉽게 구부러져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된다. 단단하면서도 쉽게 구부러져야 가공이 쉽기 때문이다. 포스코를 비롯한 세계 굴지의 철강 회사들은 ‘더 가볍고 더 단단하며 더 부드러운’ 자동차 강판을 필요로 하는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량 무게가 10% 줄어들면 자동차 연비는 4~6% 높아진다. 자동차 연비 규제와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더 가볍고 단단한 자동차 강판은 자동차 회사들의 사활을 건 과제다. 포스코 광양연구소 이규영 수석연구원은 “신차 개발 초기부터 자동차회사들과 자동차 강판 개발에 착수하기 때문에 완성품 개발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세계적으로 자동차 강판 생산 증가율은 연 1.7%지만, 초고강도강(AHSS·700㎫ 이상) 사용 증가율은 연 16.4%에 달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강판에서 초고강도강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12% 수준에서 2020년에는 27%로 늘어날 전망이다. 포스코는 올 1분기 지난해 1분기보다 6%가 늘어난 207만1000t의 자동차 강판을 유럽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판매했다.
특히 강도가 높으면서도 연성이 뛰어난 트윕강(TWIP)은 포스코만이 양산능력을 보유한 초고강도강이다. 철에 망간·알루미늄 등을 섞어 만든 트윕강은 일반 자동차 강판보다 강도는 3~4배 높고, 무게는 30% 가볍다. 포스코의 트윕강은 2010년 개발돼 피아트 크라이슬러(FCA)에 납품됐으며, 최근 서울모터쇼에 전시됐던 르노 닛산의 프로토타입(시제품) 차량인 ‘이오랩’에도 사용됐다. 이오랩은 복합 소재를 사용해 자동차 무게 400㎏를 줄였으며 1ℓ의 연료로 100㎞ 주행이 가능한 친환경 콘셉트카다. 포스코 측은 “이외에도 전기자동차의 상용화에 대비해 전기효율이 높은 혁신적인 전기자동차 강판이 개발 중에 있고, 강도를 더욱 높인 슈퍼메탈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양=
광양=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포스코 광양제철소 르포] 단단하면서도 잘 구부러지는 자동차 강판을 개발에 총력 집중
입력 2015-04-26 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