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야수 김경언(33)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획득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해 타율 0.313을 기록했지만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사상 최대의 타고투저 시즌에 FA를 앞두고 반짝 활약하는 사례 중 한 명으로 각인됐다. 그래서 3년 총 8억5000만원이라는 헐 값에 한화와 사인했다. 19명의 FA 중 총액 기준 15번째에 해당하는 소액이었다.
이에 김경언은 FA 중 이례적으로 마무리 캠프에 합류해 새로 부임한 ‘야신’ 김성근(73) 감독의 지옥 훈련을 묵묵히 소화했다. 결국 올 시즌 김경언은 초대형 계약을 맺은 FA 선수 못지않은 중량감을 과시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2001년 해태 타이거즈에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입단했지만 만년 유망주 소리를 들었던 김경언은 2010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 올해 제2의 고향인 대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진가는 지난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이었다.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한화가 우승전력이라고 평가받는 SK에 7대 6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날이다. 김경언은 5-6으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단 한 차례도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은 SK 마무리 윤길현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쳐냈다. 늘 조연이었던 자리에서 주연으로 올라선 것이다.
김경언은 올 시즌 팀이 치른 21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55, 14타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타율은 한화 선수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다른 팀을 합쳐서도 전체 4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권 타율 0.368(19타수 7안타), 9회 타율 0.800(5타수 4안타) 등 클러치 능력도 일취월장했다. 또 지난해 10월 1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이어온 연속 경기 출루도 25경기로 늘었다.
김경언은 “그동안 훈련을 많이 했다. 지난해의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면서 “전 경기 출전과 팀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항상 조연이었던 김경언, 이제는 주연
입력 2015-04-26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