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 뿐아니라 나머지 아시아에, 그리고 일본인들에게도 미·일 동맹을 중요시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려 한다.”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아시아정책연구소(NBR)의 메러디스 밀러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6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를 보는 미국의 시각을 이렇게 요약했다.
미국이 이번 아베 총리의 방미에 베푸는 예우는 파격적이다. 외형적으로는 공식방문 (official visit)이지만 사실상 국빈방문(state visit)과 다를 바 없는 핵심 행사들이 예정돼 있다. 아베 총리는 28일 오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저녁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외국정상을 위한 백악관 공식 만찬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포함해 모두 7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디자인에 참여해 제작된 오바마 행정부의 공식 식기가 처음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29일 오전에는 일본 총리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26일 미국 도착 당일 저녁 존 케리 국무장관이 보스턴 자택에서 아베 총리에게 베푸는 만찬은 양국 관계의 친밀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이례적 예우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보여주려는 것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미·일관계’, ‘격상된 미·일동맹’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미국이 일본의 안보를 책임지던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의존적’ 동맹 관계의 틀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신호라는 것이다. 새로운 미·일동맹 탄생의 배경은 아시아·태평양에서 날로 커지는 중국의 경제·군사력이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을 위협으로 보는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떨어져 이러한 밀월관계가 가능해졌음은 물론이다.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예산 감축과 경제력 저하에 직면한 미국에게 ‘정상국가 전환’을 선언하며 중국에 대응한 안보 부담을 지겠다는 아베 총리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은 24일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과 의제를 소개하는 백악관 사전 브리핑에서 잘 나타났다. 에반 메데로이스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일본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중심”이라고 했고,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미·일동맹은 아태지역 동맹·우방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미·일동맹은 코너스톤(cornerstone), 한·미동맹은 린치핀(lynchpin)이라고 각각 부르며 모두 핵심동맹이라고 설명해 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두 백악관 보좌관의 발언은 미·일동맹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격상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의 부상에 대응한 안보 동맹은 양국의 공통적 이해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이 아베 총리가 가져올 선물보따리를 기대하며 환대하는 사안도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일본의 양보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인 ‘아시아 재균형(reblancing)’의 핵심수단이 TPP이며, 주요한 관건이 일본의 쌀과 쇠고기, 자동차 부품 등 민감품목의 시장개방이다.
이처럼 안보·경제동맹을 업그레이드시킨 미·일 양국은 협력의 외연을 글로벌 무대로 대폭 확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역내에서는 대중국 견제라는 관점에서 북핵 문제와 동·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란 핵, 우크라이나 사태, 기후변화, 국제보건 등의 현안을 놓고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아베 파격 대우하는 미국, 왜?
입력 2015-04-26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