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행진

입력 2015-04-25 18:51
“시행령을 폐기하라” “진실을 밝혀내자”

지난주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가 열린데 이어 25일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서울 도심 곳곳에서 추모행진이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4·16 연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용산역·성신여대 입구·청량리역·홍익대 정문 등 서울시내 도심 4곳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추모 행진을 벌였다. 세월호 유가족 80여명과 함께 주최 측 추산 2500명, 경찰 추산 19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노란 손수건을 목에 두르거나 노란 풍선, 우산 등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침묵시위를 위한 마스크와 함께 ‘잊지 않고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점퍼를 맞춰 입고 나온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부정부패 쓰레기 시행령 폐기’ ‘당신도 당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등의 피켓과 현수막 등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행진의 선두는 세월호 유가족이 맡았다. 홍대 정문 행진에 참석한 안산 단원고 임경빈군 엄마 전인숙씨는 아들과 찍은 사진을 목에 매단 채 “많은 분들이 광화문에 기다리고 계신다. 시민들의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외쳤다. 또 다른 세월호 유가족은 “인양결정이 최근 됐지만 온전한 인양이 될 때까지 지켜봐 달라. 국민들이 원하는 시행령 만들어서 안전한 나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진 규모는 진행 과정에서 두 배로 불었다. 청량리 행진 팀의 경우 나눠주려고 준비했던 국화 300송이가 다 떨어졌고 손수건 500장도 동이 났다. 지나가던 시민들의 참여도 이뤄졌다. 세월호 추모 행진 앞을 가로막는 장벽은 없었다. 이들은 경찰의 통제 하에 서울 주요 도로 1차선만 차지한 채 행진했다. 경찰은 애초 지역별로 300명 정도 참가를 예상하고 인도 행진을 유도하려다 참가자가 불어나자 뒤늦게 차량 통제 요원을 투입했다.

대다수 침묵 행진을 벌였지만 일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시행령 폐기하라”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날 행진에 참가한 오모(38)씨는 피켓이나 노란 풍선 대신 비타500 음료 박스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오씨는 “안에 있는 음료는 유가족들에게 줬다. 박스를 버리려다 유가족의 요구를 그들에게(정치인) 관철시키기 위해선 이런 것(로비)도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들고 걷고 있다”고 말했다.

두 딸과 함께 행진에 참가한 김모(44·여)씨는 “아이가 며칠 뒤면 현장학습을 가는데 안전 부분에 있어 너무 불안하다. 시스템이나 법이 안전하도록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 나왔다”며 “아직 어린 딸들인데 뉴스 등을 보고 구호를 같이 외치더라. 얘들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가 되자 행진 대열이 광화문 광장에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에게 “어디서 오셨나”등을 물으며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곧바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헌화했다. 대학생 조모(24·여)씨는 헌화를 마치고 나오며 눈물을 흘렸다. “서촌에서 엄마 가게일을 돕다 추모제가 있다는 말에 기억하러 나왔다”며 “헌화하던 중 출석부 사진이 영정사진이 된 것을 보니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4·16 연대는 오후 6시부터 범국민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공적연금강화 국민대회 참가자 4만명 중 일부도 추모 문화제에 참석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