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약속’ ,北 한류 열풍의 선구자?” 北 청년층서 여전히 선풍적 인기

입력 2015-04-26 06:43

북한이 불법영상물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이나 외국 영화들을 감상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가 26일 보도했다.

초기 남한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던 한국영화들이 여전히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1999년 이후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속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한국영화 한편이 있다고 한다. 남한배우 박신양과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약속’으로 북한주민들이 남한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생활과 예술세계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거의 잊혀진 이 영화가 북한의 젊은 청년들속에서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영화 ‘약속’을 몰래 보다 적발된 북한 젊은이들이 ‘인민재판’ 무대에 선 사건도 양강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4월 7일 혜산시 혜산영화관 앞에서 ‘주민폭로회’가 진행됐다”며 “이날 진행된 ‘주민폭로회’에서는 한국영화 ‘약속’을 보다가 잡힌 젊은이 6명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고 RFA에 밝혔다.

이들은 모두 중학교 시절 동창생 사이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날 재판에서 직업이 있는 청년들은 ‘노동단련대’ 6개월 형을, 직업이 없는 청년 양정애는 1년간 노동교화(교도) 형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를 몰래 USB 저장장치에 보관하고 있던 무직자 이성구와 다른 친구들을 집에 끌어들여 노텔(휴대용 DVD)로 영화를 보도록 조장한 백은경은 ‘주민폭로회’에서 징역 2년형에 처해졌다고 소식통은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래 전에 남한이나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영화들은 주민들이 단속을 피해 계속 보관해 오고 있다”며 북한 내부에 처음 들어 온 “한국영화 ‘약속’, ‘조폭마누라’, ‘투캅스’와 중국영화 ‘사랑의 품’은 지금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