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드론)를 이용한 미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인질 2명이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드론 공습의 정밀성에 대한 비판과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군이 지난 1월 14일과 19일 드론을 이용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의 알카에다 기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알카에다에 인질로 잡혀 있던 미국인 워런 와인스타인 박사와 이탈리아 구호요원 지오바니 로 포르토 등 무고한 인질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미군의 드론 공습에 의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대책을 요구했다. 인권단체들도 백악관을 집중 성토하며 드론 작전으로 인한 광범위한 민간인 피해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현직 대테러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폭로로 미국이 그간 주장해 온 드론 공습의 정확성에 대한 주장은 약화됐고, 민간인 피해는 없다는 ‘확신’을 요구해 온 회의론자들에게 새로운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또 2002년 이후 파키스탄과 예멘에서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최소한 8명의 미국인이 사망했고 이중 ‘작전 목표’였던 인물은 알카에다 핵심인 예멘계 미국인 안와르 알 아울라키 1명뿐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미국이 (드론으로) 종종 누구를 죽이는 지도 모르고 타격한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대테러 작전의 주요 수단임에도 관련 내용 대다수가 기밀로 유지되고 있어 민간인 사상자 발생을 피하기도, 확인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조사보도국’을 인용해 2004년 이후 최소 521회의 드론 공습으로 4600여명이 사망했으며 민간인 피해자도 500~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긴급 연설을 통해 애도를 표하면서 “당시의 작전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게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희생자 가족들이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비밀해제하고 자세히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도 드론 관련 소동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2일 도쿄 총리관저 옥상에서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담긴 드론이 발견돼 충격을 준 데 이어 같은 날 일본의 한 민영 방송사가 항공촬영을 위해 드론을 날렸다가 조종 실수로 인접 영국대사관에 추락시킨 사실이 NHK방송에 의해 24일 드러났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美 드론 공습으로 민간인 인질 희생 사실 폭로돼 논란
입력 2015-04-24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