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잠자는 5만원권의 소재를 파악한다며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현금보유에 관한 정보 노출을 꺼리는 경제주체들의 속성 탓에 설문조사로는 숨은 돈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낸 '주체별 현금 사용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5만원권을 보유한 목적에 대해 가계 응답자의 47.4%(5만원권 보유자 기준)가 '비상시 대비 등 예비적 목적'으로 5만원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재화 및 용역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응답은 42.1%, 경조사비 지출 목적 응답은 10.2%로 조사됐다. 5만원권을 물품 구매나 지급결제의 수단이 아닌 비상 목적용으로 갖고 있다는 가계가 보유자의 절반에 이르는 셈이다. 기업 응답자의 경우도 49.7%가 예비적 목적으로 5만원권을 보유한다고 답해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제 주체의 상당수가 비상금 또는 비자금을 쟁여놓는데 5만원권을 쓰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결과다. 그러나 조사 대상에서 대기업이 제외되고 보유하고 있는 5만원권의 액수가 조사되지 않아 당초 목표했던 5만원권 잠적 실태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5만원권 지폐 환수율은 2012년까지만 해도 61.7%였으나 2013년 48.6%, 2014년 25.8%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5만원권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어딘가에 숨어 잠자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 측은 "가계나 기업 모두 보유현금과 거래 사항에 관한 정보 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설문조사로 현금 보유 규모나 사용행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12월 가계 1000가구,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방문면접과 팩스·이메일 설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한은은 “기업의 경우 내부정보 유출 우려에 민감한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한은, 잠자는 5만원권 소재파악 '실패'
입력 2015-04-24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