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으로 부활한 염기훈과 이종민… 상승세 이끄는 베테랑

입력 2015-04-24 16:37
승부처에서 해결하는 능력, 고비에서 솔선수범하는 자세, 팀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 주는 리더십. 프로축구 베테랑이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다. 한 가지 더 꼽자면 간절함이다. 32세 동갑내기 염기훈(수원 삼성)과 이종민(광주FC). 부활하고자 하는 간절함 속에서 시즌을 시작한 둘은 베테랑의 힘을 보여 주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수원 미드필더 염기훈은 요즘 왼발로 마법을 부리고 있다. 9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5골 8도움을 기록 중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선 7경기에 출장해 4골(2위) 5도움(1위)으로 펄펄 날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골 4도움을 거뒀다. 수원은 그의 맹활약 덕분에 24일 현재 리그 2위(4승2무1패)에 올라 있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선 G조 2위에 올라 16강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염기훈이 이번 시즌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비결은 체중 감량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염기훈은 몸값이 떨어져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명예회복을 다짐한 그는 동계훈련 때 체중을 2~3㎏ 뺐다. 타고난 힘에 스피드를 갖추자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다. 공격포인트도 순도가 높다. 최근 그의 어시스트는 모두 패배 직전이나 동점 상황에서 나왔다. 염기훈은 26일 대전 시티즌과의 8라운드 경기에서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달성에 도전한다.

광주FC 돌풍을 이끌고 있는 이종민(32)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수비수임에도 7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대표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종민은 수원, 울산 현대, FC서울 등 빅클럽에서 활동했지만 벤치를 지킬 때가 많았다. 2012시즌 서울에서 3경기 출장에 그쳤고 2013시즌엔 수원에서 7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다.

2013시즌이 끝난 뒤 수원을 떠나야 했던 이종민은 더 많은 경기를 뛰기 위해 챌린지(2부 리그)로 갈 결심을 했다. 다행히 손을 내민 감독이 있었다. 광주의 남기일 감독이었다. 지난해 1월 광주에 입단한 이종민은 정규리그 28경기와 승강 플레이오프 2경기에 출전해 수비수로 활약하며 3골, 6도움으로 팀 승격에 힘을 보탰다.

남 감독은 오른쪽 미드필더, 윙백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그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이종민이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한 덕분에 광주는 2승2무3패(8위)로 선전하고 있다. 그는 “요즘 축구를 새로 배우는 기분”이라며 “클래식엔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고 우리보다 강한 팀도 많다. 갑절로 노력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