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관계를 맺은 여성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하지만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스티븐 김 등 다른 피고자들은 훨씬 중형을 선고받아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서부지구 연방법원은 23일(현지시간) 열린 선고공판에서 퍼트레이어스에게 집행유예 2년과 10만 달러(약 1억8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미국 검찰의 연방검사들이나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에게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에 대한 구형 형량은 미국 법무부와의 유죄인정 협상을 통해 집행유예 2년과 4만 달러의 벌금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날 공판을 맡은 데이비드 케슬러 판사는 “위법 내용의 중대함을 고려해 벌금 액수를 높였다”고 밝혔다.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지휘하는 중부사령부 사령관으로 근무한 뒤 2011년부터 CIA 국장으로 재직했다. 2012년 그의 자서전을 집필하던 여성 작가 폴라 브로드웰과의 불륜이 드러나면서 공직에서 물러났다. 특히 그는 CIA 국장 재직 시 중부사령관 때부터 불법적으로 집에 보관해온 ‘검은 책(black books)’으로 불리는 8개의 기밀 바인더를 브로드웰에게 빌려준 혐의를 받아 왔다.
퍼트레이스 전 국장의 형량에 대해 국가안보 관련 전문 변호사인 마크 자이드는 “같은 혐의의 기소자에 비해 가볍다”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정치적 파장이 커질 수 있는 전직 고위 관리의 기소를 피하기 위해 타협을 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계 미국인 핵과학자 스티븐 김 박사의 사례를 들며,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에 대한 집유 선고가 유사한 수준의 범죄에 대해서도 고위 장성이라면 다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의 변호인은 지난달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김 박사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기밀 유출 전 CIA 국장 집유… 다른 피고인과 이중잣대 비판
입력 2015-04-24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