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에서 종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드 로이스(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민주·공화당 소속 의원 25명은 23일(현지시간) “우리는 아베 총리가 역사를 직시하면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공식으로 재확인하고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연명 서한을 작성했다.
이들 의원의 이 같은 집단행동은 아베 총리의 공식 방미를 이틀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아베 총리의 방미와 관련해 의원들에게 신중한 언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아울러 워싱턴DC의 한국·미국·중국·대만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아베 총리의 공개 사죄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특히 아베 총리의 방미에 맞춰 오는 28∼29일 미 의사당 앞에서 7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고 아베 총리의 위안부 범죄 반성 및 사죄를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회장 이정실) 주최로 이날 낮 미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역사 왜곡 및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아베 총리가 오는 29일 미 의회 연설에서 반드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직접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정실 회장과 워싱턴한인연합회 임소정 회장, 국제사면위원회(AI) 워싱턴지부의 티 쿠마 국제옹호국장, 데니스 핼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연구원, 아태지역 2차 세계대전 만행 희생자 추모회 제프리 천 회장, 대만참전용사워싱턴협회 스탄 차이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쿠마 국장은 “아베 총리는 아마도 이용수 할머니와 같은 용감한 분이 돌아가시면 모든 게 끝나고 사람들도 잊어버릴 것으로 생각하며 ‘시간벌기 작전’으로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는 큰 착각이자 실수”라고 말했다.
핼핀 연구원은 한국말로 “이 기자회견에 초대해 줘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아베 총리의 역사 부정을 비판하면서 “역사를 부정할 길은 어디에도 없고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아베 방미 D-2 미 의원들 연판장, 한미중 사회단체도 연대
입력 2015-04-24 0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