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부의 죽음을 둘러싸고 인도 사회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도 뉴델리에서 22일(현지시간) 토지수용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라자스탄 주 출신의 농부 가젠드라 싱 라지푸트(41)가 나무에 목을 매 자살했다. 당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무에 올라갔는데 현장에 있던 경찰은 그의 자살을 사실상 방관했다. 또 시위를 주최한 야당 보통사람당(AAP)이 자살 사건 이후에도 시위를 강행하면서 경찰과 야당 모두에게 비난이 쏠리고 있다.
이날 라지푸트는 시위 도중 20여분간 나무 위에서 소리치다 갑자기 스카프를 나뭇가지에 걸고 목을 맸다. 현장에 있던 AAP 당원 등 몇 명이 그를 제지하려 따라 올라갔지만 그는 결국 숨졌다. 당시 상황은 현지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언론사 카메라에도 고스란히 잡혔다.
그를 구하러 나무에 오른 한 AAP 당원은 “주변에 있던 경찰관에게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그들은 웃기만 했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하지만 야당 역시 자살 사건 이후에도 시위를 계속 진행하면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시위의 원인이 된 것은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토지수용법 개정이다. 모디 정부는 지난해 말 도로·철도 등 대규모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 종전과 달리 주민 동의와 사회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야당과 농민들을 중심으로 “농민의 땅을 대기업에 넘기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올해 초 인도 북부 지방의 이례적 폭우로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농민들의 반발은 확대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라지푸트까지 포함해 인도에서 지난 두 달 새 자살을 시도한 농부만 42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라지푸트는 유서에서 자신이 세 아이의 아버지이며 지난달 이례적인 폭우로 작물을 모두 잃었다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농부, 나무에 목매 죽어가는데 구경만 한 인도 경찰
입력 2015-04-23 21:00 수정 2015-04-2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