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경제 칼럼니스트 "한국은행·기재부, 싸우지 말고 협력해야… 박통 기업과세 약속 지켜라"

입력 2015-04-23 20:44
심상치 않은 디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를 두고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만 바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23일 블룸버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한은과 기재부가 이견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인들은 부진한 경제로 계속 고통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 부진과 가계부채의 내수 축소가 한국 경제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은과 기재부가 서로 협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재벌의 막대한 빚으로 발생한 1997년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재벌의 부채는 줄어들고 대신 가계부채가 증가했다.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1%에 이르렀으며, 맥킨지에 따르면 이는 미국, 독일, 중국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페섹은 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는 부동산이 가계 자산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가 간다고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가계부채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그는 지적했다.

따라서 한은과 기재부가 공조해 통화·재정 양면에서 완화정책을 시행하고 위험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등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규제 보완이 필요하다고 그는 밝혔다. 또한 2조 달러(약 2166조원) 이상의 현금을 쌓아둔 재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이 현금을 임금 인상이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에 대한 투자로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페섹은 한국이 2008년 금융위기 때의 미국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은행에 구제금융을 제공했으나, 되돌아보면 은행보다 가계를 이렇게 구제했으면 경제에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국은 한계상황에 놓인 가계의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사주는 ‘가계를 위한 TARP’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페섹은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도 강조하면서 기업이 쌓아둔 현금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페섹은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가계부채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을 정도로 가계부채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며 “과도한 가계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국민행복기금 등이 그 일환”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국민행복기금은 자금이 목표치인 160억 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며 “한국의 경제규모 1조3000억 달러에 걸맞으려면 1600억 달러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