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800명이 10억 뜯겼다…‘몸캠피싱’ 조직 적발

입력 2015-04-23 16:57
‘알몸 채팅’으로 유혹한 뒤 “영상을 녹화했다”며 돈을 뜯어낸 ‘몸캠 피싱’ 조직이 붙잡혔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이들을 유혹한 여성은 사실은 음란 동영상이었다. 피해자만 1000여명에 이른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피해자의 알몸 동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혐의(상습 공갈 등)로 조모(26)씨 등 19명을 붙잡았다고 23일 밝혔다. 이 가운데 5명을 구속했다.

이들 ‘몸캠 피싱’ 조직에게 피해를 본 사람은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 800여명으로 뜯긴 돈만 10억여원에 이른다. 협박을 당해도 돈을 주지 않고 버틴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1000여명에 달한다.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 앱 ‘즐톡’에서 여성인 척하며 피해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어 다른 채팅 앱인 ‘라인’으로 옮겨 알몸 채팅을 하자며 유인했다. 채팅을 l작하기 전에 악성 프로그램을 보내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전화번호부와 문자메시지, 위치정보 등을 빼냈다. 그러고는 음란 동영상을 틀어 피해자의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이를 촬영했다. 대학생, 공무원, 대기업 회사원, 의사 등이 줄줄이 ‘덫’에 걸려들었다.

이들은 협박을 하면서 “돈을 안 보내면 자살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말하는 등 악랄하게 피해자를 압박했다. “우리는 경찰이 포기한 조직”이라며 범행이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돈을 보내지 않으면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동영상을 무차별적으로 보냈다. 결국 일부 피해자들은 대출까지 받아 돈을 줬다.

이들은 역할을 총책, 인출책, 유인책, 공갈책 등으로 나눴다. 수익금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등 기업형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인 조씨는 중국에서 프로그램을 사들여 문자메시지와 위치정보를 빼돌리는 기능을 추가했다. 조씨는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여러 차례 프로그래밍 관련 대회에서 상을 탄 경력이 있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일부 임시직들을 제외한 조직원들은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과 대부업에 종사하면서 서로 알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조씨의 지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다 돈벌이가 되자 범행 대상을 확대했다. 대포 휴대전화, 대포 통장, 대포 차량 등을 쓰고 사무실도 두 달마다 바꾸며 경찰 추적을 피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공식 앱 스토어가 아닌 출처가 불분명한 앱 설치 프로그램은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