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니카와 슌타로, 신경림 시낭송 콘서트

입력 2015-04-23 16:19
일본의 국민시인 다니카와 슌타로(83)가 방한했다. ‘세계 책의 날’(23일)을 맞아 한국을 대표하는 신경림(80) 시인과 함께 시낭송 콘서트를 갖기 위해서다. 두 시인은 서로 주고받은 시를 엮은 대시집(對詩集)을 지난달 양국에서 공동으로 낸 바 있다. 시집은 한국에선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위즈덤하우스), 일본에선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니 막걸리를 천천히 마신다’(쿠온)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다니카와는 “한·일간 정치 갈등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시인들이 교류하는 모습을 일본 사회에서 좋게 봐 줬다”며 “아사히, 마이니치 등 주요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왔었다”고 전했다. 신 시인도 “제 주변에서도 꽉 막힌 정치 상황에 시인들이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고 인사를 들었다”며 “타니카와 시를 접하며 일본인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니카와는 일본에서 드문, 시로 생계를 꾸리는 직업 작가 가운데 1명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시(詩) 시장이 죽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드라마나 가요 등에 시적 정서를 담는 게 유행이다 보니, 정작 응축된 시어의 진짜 시는 찾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니카와는 1960년대 후반 일본에서 제작돼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만화 영화 ‘아톰’의 주제곡 작사자기도 하다.

이날 저녁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는 두 시인의 시낭송 콘서트가 열렸다. 도종환 시인이 축사를 맡은 행사에는 장순향 무용단의 춤과 노래 공연이 곁들여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