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9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진정한 과거사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워싱턴 내에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위클리 스탠더드’의 부편집인인 에던 엡스타인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동맹인 일본의 총리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날짜를 잘못 골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날은 히로히토 천황의 생일을 기리는 쇼와의 날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물론이고 미국의 참전용사들도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 보수단체인 티파티 웹사이트인 ‘레드 스테이트’도 “아베 총리가 연설할 29일은 히로히토 천황의 생일로서 이날 연설을 하겠다는 것은 참전용사들과 아시아 동맹국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연설일을 다른 날짜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와 언론에 이어 싱크탱크에서도 아베 총리에게 과거사 사과를 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 지일파 학자인 미국 아시아태평양안보센터 소속 제프리 호넝 교수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글을 올려 “아베 총리에게 부족한 것은 분명하고 명백한 방법으로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다”며 “이번 연설에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야 하며, 중심적 내용은 아니더라도 간결하고 명백하게 언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니스 핼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연구원도 “아베 총리는 일본군이 한국과 여타 점령국의 수십만 여성을 강제로 자신들의 성노예로 삼은 사실을 명백하게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에 아베 총리는 태평양 전쟁 중 일본군에게 포로로 붙잡혔던 퇴역 미군을 미국 방문 때 예정된 만찬에 초대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전쟁 중 일본군이 미국에 저지른 잔학행위에 관해 유감 또는 사과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시하면서 자신의 역사 인식이나 8월에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를 두고 나오는 미국 사회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과 일본의 정상회담 하루 만에 아베 내각의 각료인 야마타니 에리코 국가공안위원장과 아리무라 하루코 여성활약담당상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미, 아베 연설 회의론 커져…아베, 방미때 미군포로 출신 만찬 초대
입력 2015-04-23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