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국제관광시대 열렸다...北, 관광 다각화 총력

입력 2015-04-23 16:04

북한이 금강산에 이어 백두산까지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해 관광상품 다양화에 총력을 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백두산이 행정구역에 속하는 삼지연군 무봉노동자구 일부 지역에 무봉국제관광특구를 설립한다고 밝혀, 본격적인 백두산 국제관광 시대를 알렸다.

북한이 최근 함경북도 온성섬 등을 경제개발구로 지정했지만 백두산을 국제관광특구로 정한 것은 지방정부가 중심이 된 다른 경제개발구와 달리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무봉노동자구는 백두산까지 35㎞ 정도, 삼지연까지 60㎞, 대홍단까지 70㎞여서 특구 지정에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백두산을 관광특구로 지정한 것은 외국인과 해외동포 등 관광객을 끌여들어 정치적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외화벌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관광 인프라를 잘 갖춘 만큼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2005년 현대그룹과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사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하고 현장조사까지 벌였으나 이후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사실상 물건너가 버렸다.

김일성의 항일투쟁 따라배우기 차원에서 주민들의 백두산 등 '혁명전적지' 답사를 위한 시설도 마련돼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남측의 건자재 지원을 받아 건설한 삼지연공항의 활주로는 기존 평양 순안공항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무봉에 있는 '갑무경비도로'는 김일성이 일제시대 항일투쟁을 하면서 활용했다는 이유로 투자를 많이 해 시설이 좋은 상태다.

삼지연군에 베개봉호텔이 있고 해발 고도 1천220m 위치의 무봉노동자구에 건설된 300여 가구는 당장 민박을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숙소와 목욕탕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이 무봉노동자구를 건설할 때 개별적으로 관광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면서 "당시에는 백두산을 답사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외국인이 이용해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최대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전력 사정도 이곳에선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탈북자 김모씨는 "무봉청년발전소는 사시사철 풍부한 강수량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곳으로 손꼽힌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관광특구로 즐길거리, 볼거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5년 삼지연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을 치르려고 준비하다가 중단했지만 2000년대 들어 다시 스키장과 빙상장 등을 갖춘 대규모 동계 체육촌을 조성했다.

무봉은 삼지연과 백두산, 대홍단으로 갈 수 있는 중심에 있어 백두산 등정과 삼지연 일대를 둘러볼 수 있고 대홍산에 조성된 대규모 감자산지도 구경할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일 체제 들어 들쭉술로 잘 알려진 대규모 들쭉 생산단지를 무봉에, 대홍단에는 관광용 감자밭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두봉통행세관(해관)도 있어 당장 외부인 수용 절차에도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8일 백두산 등정 후 백암군에 있는 삼지연선군청년발전소를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까지 완공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번 특구 지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