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버럭 화를 낸 이유는?” 北, 화나게 만드는 음악 있다

입력 2015-04-24 05:44

북한에선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나는 음악이 있다고 한다.

한 여성 탈북자는 “예전의 북한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음악이 사람들 속에 인기가 많았다”며 “구성진 목소리와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타령을 들으며 지나간 시절을 추억했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24일 보도했다.

이 탈북자는 “최근 북한 TV나 방송에서 나오는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화만 불러온다”며 “전기 공급이 빈약한 북한에서 어쩌다 전기가 들어오면 온 가족이 TV앞에 앉아 재미있는 프로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TV에서 방영되는 프로의 절반은 조선인민협주단합창”이라며 “년 중 전기가 많이 오는 국가적인 명절에는 여는 날보다 이 음악이 더 많게 방영된다”고 전했다.

또다른 탈북자는 “어느 해 태양절(김일성생일)이었는데 하루 종일 TV앞에서 떠날 줄 모르시던 아버님이 오후쯤 되어서 갑자기 버럭 화를 내셨다”며 “아버님 말씀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어쩌다 TV를 보는데 재미있는 프로를 방영하면 안 되냐, 오전9시부터 지금까지 협주단합창만 열 번도 넘게 듣는다고 혀를 차셨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조선인민협주단음악만 나오면 음량을 낮춘다. 수없이 듣다보니 지겨울 정도다. 정권은 김씨일가의 혁명 활동과 업적만 죽어라고 부르는 조선인민군협주단에 공훈 협주단이라는 칭호도 수여했다”고 말했다.

또 “이 음악을 지겨워하는 것은 어른들만이 아니다. 아이들도 티브이를 보면서 협주단 노래가 시작된다는 홍보화면만 나와도 '우'라는 짜증 섞인 소리와 함께, 듣기 싫다고 발버둥질하는 애들도 있다. 친구들끼리 '협주단합창소리만 들어도 치떨린다'고 말하면 주위에 애들도 '그래 맞다 나도 그랬어. 라고 적극 호흥 할 정도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공훈합창단 음악도 화를 부르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 십 년간 고정적으로 방영되는 노래가 있다. '동지애의 노래'라는 이 음악은 김일성이 항일투쟁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노래다. 1980년대부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영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또 “북한대표음악인 '동지애의노래'는 15분짜리 음악이다. 북한주민들은 재미있는 영화를 기다리다가 그 전에 이 노래만 나오면 뒤로 벌렁 넘어진다. 그러면서 '15분 기다리려면 한 잠 자도 된다”고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