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의 기술검토 TF가 세월호 인양 여부를 따져보는 데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5개월이나 걸린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인양작업이기 때문이다. 통상 맹골수도와 같은 악조건 속에서 세월호 규모의 대형선박이 침몰하면 인양하지 않거나 여러 조각으로 절단해 인양한다. 2010년 폭침당한 천안함도 절단해 해상크레인으로 바지선(화물을 운반하는 소형 선박)에 옮겨 인양했다.
그러나 세월호는 선체를 절단할 경우 실종자 시신이 유실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인양 방식은 해상크레인과 플로팅독(floating dock)을 조합해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인양의 첫 단계는 수심 44m에 누워 있는 세월호 선체에 89개의 구멍을 뚫는 작업이다. 4명의 잠수사가 3일 정도 작업을 해야 구멍 1개를 뚫을 수 있다. 이 구멍을 통해 해상크레인에서 내려온 와이어를 선체 내부와 연결한다. 선수와 선미에 있는 구조물에도 4개의 와이어를 연결한다. 총 93개의 와이어가 약 1만200t에 달하는 세월호를 들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 작업이 가능한 크레인은 현대삼호중공업의 1만t급 크레인과 삼성중공업의 8000t급 크레인이 있다.
크레인으로 선체를 약 3m 들어올려 2.5㎞ 떨어져 있는 동거차도 부근으로 이동한다. 해역 조건이 나쁜 곳에서 무리하게 들어올리다가 와이어가 끊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거차도는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보다 수심이 얕고(30m) 조류도 절반 정도(초당 1m)로 약하다. 이곳에서 세월호를 플로팅독에 올려놓은 뒤 플로팅독을 부양해서 인양을 완료하게 된다.
정부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지 않다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세월호 선체 인양 결정 기자회견에서 기술검토 TF의 영국계 컨설팅 업체 TMC의 스티븐 티어리는 “한국에서 4∼5개월간 자료를 수집한 결과로는 성공 가능성이 괜찮은(good) 편”이라며 “정확한 가능성을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양 기간이 1년에서 1년 반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해수부는 조만간 세월호 선체 인양 전담조직을 10명 내외로 구성하고, 인양업체 선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단독으로 인양 가능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없어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의 컨소시엄이 구성될 전망이다. 인양 업체를 선정하는 데 2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가 선정되면 약 3달간 세월호 안팎 현장조사를 통해 인양작업을 구체적으로 설계한다. ‘해상크레인+플로팅독’ 조합 방식이 가장 유력하지만 현장조사 결과에 따라 인양방식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자재·장비 수급, 해상장비 고정용 블록 제작, 해상작업기지 설치, 잔존유 제거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9월부터는 현장작업에 착수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평균 기상상태라면 내년 4월, 날씨가 나쁘거나 부분적으로 인양작업이 차질을 빚는다면 내년 10월 정도 인양이 완료될 전망이다. 날씨가 나쁘지 않아 1년 안에 인양을 마무리한다면 비용은 10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상 상황에 따라 인양 기간과 비용은 늘어날 수 있다.
세월호 인양의 기술검토 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은 남은 실종자의 시신이 유실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이 때문에 ‘통째 인양’이라는 어려운 인양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기술검토 TF인 서울대 이규열 명예교수는 “인양 도중 (선체가) 반 토막 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일부 표면 등이 찢겨나갈 위험은 있다”고 했다. 세월호 선령이 20년이 넘었고 1년 넘게 바닷속에 있어 와이어를 연결했을 때 측면 구조물이 견디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본격적인 인양 작업에 앞서 세월호 안에 남아 있는 기름을 빼내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현재 세월호 안에는 연료유 등 약 194㎘의 유류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 환경을 보호하고 어업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선체 인양작업 과정에서 장비 투입 후 1단계로 잔존유를 먼저 제거할 계획”이라며 “잠수사가 천공장비(구멍 뚫는 장비)를 활용해 잔존유를 회수하는 방법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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