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새 역사 열어 가는 FC성남

입력 2015-04-23 14:25
성남FC는 지난해 FA컵에서 우승해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따냈다. 스타들을 영입할 수 없는 시민구단 성남이 ACL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성남은 대회 조별리그에 출전한 K리그 클래식 4개 팀 중 가장 먼저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시즌 성남은 만신창이였다. 박종환(77) 감독은 리그 개막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선수 폭행으로 중도 하차했다. 이후 이상윤(46)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지만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고 이영진(43) 코치가 잠시 지휘봉을 잡았다. 잇따라 사령탑들이 교체되면서 팀 분위기는 어수선해졌고, 성적은 뚝 떨어졌다.

표류하던 성남은 같은 해 9월 ‘성남통’ 김학범(55) 감독에게 SOS를 쳤다. 김 감독은 성남 일화 코치 시절 고(故) 차경복 감독을 보좌해 리그 3연패(2001~2003년)를 이뤘고, 감독으로 승격한 2006년엔 팀을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김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수들에게 마음을 연 것이었다. 사재를 털어 선수들과 회식을 하며 모래알 같았던 팀을 하나로 만들었고 팽배해 있던 패배주의를 일소했다. 불호령 대신 칭찬과 격려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일깨웠다. 동시에 강도 높은 체력훈련으로 팀 체력을 강화했다.

김 감독은 22일 열린 ACL F조 조별리그 5차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홈경기에서 2대 1 승리하고 16강행을 확정지은 뒤 “동계훈련을 통해 체력적인 부분이 향상됐고 시즌 초반 일정을 소화하면서 선수들이 서서히 자신감을 찾아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됐다”며 “예선 마지막 경기와 16강에 가서도 더욱 선전해 시민구단의 롤모델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라운드에서 김 감독의 이기는 축구를 구현하고 있는 선수는 ‘까치두목’ 김두현(33)이다. 김두현이 이번 시즌 성남에 복귀할 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2006 독일월드컵에 출전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브로미치에 입단했을 정도로 실력은 검증받았지만 전성기가 지난데다 부상과 재활을 반복해 몸 상태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려는 기우였다. 성남 선수들은 김두현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그는 해결사로서도 손색이 없다. 지난 4일 대전 시티즌과의 K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부활을 알렸다. 부리람과의 ACL 5차전에선 전반 27분 자신이 만든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