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대동맥류는 혈관이 배안에서 증상 없이 부풀어 오르다 한계에 도달하면 터져버리는 매우 위험한 병이다.
배 안에서 파열이 일어날 경우 약 60% 정도가 병원 도착 전 사망하고, 나머지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지만 다시 그 절반 가까이가 목숨을 잃는다. 이 때문에 복부대동맥류를 ‘뱃속의 시한폭탄’으로 일컽기도 한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이런 복부대동맥류로 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7명이 60대 이상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60대 이상 남성에서 복부대동맥류가 유독 잘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혈관의 노화와 고혈압 등 연령에 따른 원인과 흡연, 오랜 기간 잦은 술자리와 기름진 음식 섭취로 생긴 고지혈증, 비만 등 생활 습관의 문제라고 진단한다.
강동경희대병원이 발표한 ‘한국인의 복부대동맥류 유병률 조사’에서도 65세 이상 흡연 남성의 4.5%가 복부대동맥류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 4~9% 유병률 보이는 서양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복부대동맥류는 콜레스테롤과 지방 같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위험인자가 혈관에 쌓여 염증을 만들고, 조직을 약하게 하는데서 시작한다. 이렇게 약해진 혈관벽은 혈압을 견디지 못해 풍선처럼 부풀며 복부대동맥류로 발전한다. 그 외 유전, 감염, 염증, 외상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복부대동맥류는 대부분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증상이 느껴진다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증상으로는 복부팽만감, 더부룩함, 복부에서 심장이 박동하는 듯한 느낌 등이다.
또 가벼운 복통이나 허리 통증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복부대동맥류 뒤쪽 부위가 척추신경을 자극하는 것으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복부대동맥류를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다. 누운 상태에서 두 무릎을 세우고 명치끝과 배꼽 사이를 손으로 만져 심장처럼 박동하는 멍울이 만져지면 의심해 볼 수 있다.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되면 혈압이 떨어지고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의식을 잃는다. 복부대동맥류 검사법으로는 초음파 검사가 있으며, 복부대동맥류가 관찰되면 CT검사를 시행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조진현 교수는 “복부대동맥류는 50대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지만 증상을느끼지 못하다 60~70세가 돼 갑작스런 증상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면서 “방치하다 복부대동맥류가 파열되면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만큼 평소 흡연과 술자리가 잦고 비만하면서 배에서 심장이 박동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밀검진을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뱃속 시한폭탄’ 복부대동맥류…"명치, 배꼽 사이 심장 박동처럼 멍울 만져지면 의심”
입력 2015-04-23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