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데니스 핼핀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9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때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명백하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핼핀 연구원은 이날 아베 총리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를 언급하지 않은데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이메일 질의에 대해 전날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에 기고한 자신의 글을 거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핼핀 연구원은 기고문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위안부를 '강요된 성노예'로 표현한 것을 언급하면서 "아베 총리는 일본의 공식 인정과 사과, 책임 수용을 촉구한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로 그 현장에서 자신이 연설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위안부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피해자라고 한 것을 두고 돌파구라고 언급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이 단어는 '희생자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됐다'는 의미로 호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나이지리아 여학생이 보코라함에, 야지디족 여성이 '이슬람국가'(IS)에 납치된 것처럼 위안부는 제국주의 일본 군대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면서 "아베 총리는 일본군이 한국과 여타 점령국의 수십만 여성을 강제로 자신들의 성노예로 삼은 사실을 명백하게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핼핀 연구원은 이어 "아베 총리는 (미 의회 연설 역시) 성공적이라고 간주하는 지난해 호주 의회 연설을 모델로 삼고 있을 것"이라면서 "아베 총리가 당시 '장래가 창창한 많은 젊은 호주인들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언급했는데 조의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장례식장에서나 사용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침략 전쟁에 대해서는 '당신의 고통을 느낀다'는 것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 방문 시 경고한 것처럼 (침략 전쟁에 대한) 회고와 진실한 책임 인정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핼핀 연구원은 "히로히토(裕仁) 일왕 생일(4월29일)을 아베 총리의 연설 일로 정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일본군에 붙잡힌 미군 포로를 다룬) 영화 '언브로큰'의 실제 주인공인 루이 잠페리니는 우리 곁에 없지만, 전쟁 포로들이 히로히토 일왕 초상화에 부복을 강요당하며 겪은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총리를 직접 언급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가톨릭에서 가르치듯이 말하지 않는 죄가 때로는 가장 심각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핼핀 연구원은 이와 함께 "일본 내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아베 총리로 하여금 내년 G7 정상회의 개최지를 히로시마로 정하도록 로비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자칫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장소를 방문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면서 "아베 총리가 진주만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기념관을 찾아 헌화할 경우 (아베 총리 입장에선) 미국을 진정한 침략자, 일본을 희생자로 각각 묘사하려는 임무를 비로소 완성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아베, 미 의회 연설때 일본군 성노예 명백히 사죄해야”
입력 2015-04-23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