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원이 고객 찾아가는 '이동 지점' 늘리는 은행들

입력 2015-04-23 07:27
은행원들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이동 지점’ 형태의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거래는 대면 거래를 통해 성사되는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직원이 이동형 은행단말기를 들고 다니며 고객들의 통장을 개설해 주는 '포터블 브랜치(Portable Branch)'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32곳 지역본부에서 1곳씩 가동하지만 조만간 10여 곳을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포터블브랜치는 통장개설뿐만 아니라 각종 금융상담은 물론 전자서식 작성, 신분증 촬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7∼8㎏ 정도로 무거운 장비를 휴대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좀 더 가벼운 태블릿 PC를 들고 찾아가는 '태블릿 브랜치(Tablet Branch)'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시작한 태블릿 브랜치를 전국 15개 지점에서 70여 대 규모로 운영 중이다. 통장개설은 안 되지만 각종 금융상담과 전자서식 작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올 7월까지 전 영업점으로 태블릿 브랜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시작한 하나은행은 모두 269개 영업점에서 324대의 태블릿 PC를 이용해 전자금융 신청, 신용대출 약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신용카드 신청, 담보대출 신청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포터블 브랜치를 50대 정도 보유해 아웃바운드 영업을 하고 있다. 10대는 본점에 배치해 서울지역과 수도권 점포에서 활용하고, 40대는 각 지역본부에 뒀다. 은행 측은 영업점 수요에 따라 앞으로 10~30대 정도를 추가로 사들일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태블릿 브랜치를 전국 17개 점에서 20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35곳의 영업점에서 태블릿 브랜치를 운영하는 외환은행도 이 서비스를 전 지점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주로 중소기업 고객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 조직인 SBM을 통해 아웃바운드 영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은행들이 '대면 거래'를 중시하는 건 비대면 채널보다 은행 브랜치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컨슈머 뱅킹 서베이'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대면거래를 할 수 있는 '브랜치' 영업은 세일즈(64%), 상담(54%), 신규 예금(52%), 투자 상품 설명(49%)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서 강점이 나타났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박성수 책임연구원은 "적어도 고부가가치 업무와 관련해선 비대면 채널보다 은행 브랜치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며 "대면접촉을 통한 직원과 고객의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절감을 위한 '대면 채널' 축소는 여러 사례에서 보듯 영업에 타격이 될 수 있다"며 "무인화 서비스를 확대하는 동시에 대면접촉도 지속하는 인터액션형 브랜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