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4년6개월여 만에 타결됐다. ‘불평등 조약’ 논란을 빚은 기존 협정이 42년 만에 개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원자력의 연구·개발 및 수출에서 상당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게 됐다.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새 원자력협정에 가서명했다. 한·미 양국은 각각 정부와 의회의 내부 검토, 승인을 거쳐 조만간 협정을 발효할 예정이다.
협상의 중점사항이었던 사용후 핵연료 관리 문제에서 새 협정은 한국이 중간저장, 재처리 및 재활용, 영구처분, 해외 위탁 재처리 등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가 상당 수준의 자율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골드 스탠더드’로 알려진 핵연료 농축·재처리 금지 조항은 삭제됐다. 이에 따라 ‘조사후 시험’(방사성 물질의 특성 확인 실험)과 ‘전해환원’(파이로프로세싱의 전반부 공정) 등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 활동 또한 국내 시설에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핵심 사안인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의 건식 재처리)과 관련해선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간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합의하도록만 규정해 일부 제한 여지를 남겼다.
한·미 간 합의를 통해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국이 원전연료 공급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미국이 맺은 원자력협정으로는 처음으로 차관급 협의체인 ‘고위급위원회’를 제도화해 양국 간 원자력 문제 전반을 상시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파이로프로세싱 및 핵연료 저농축 관련 사안도 이 협의체에서 논의된다.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의 실질적 국익이 최대한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40여년 전에 체결된 현행 협정을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협정으로 대체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또한 “상호 주권을 존중한 협정으로 양국의 깊은 파트너십과 강력한 동맹에 걸맞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한·미, 4년7개월만에 원자력협정 타결
입력 2015-04-22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