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이 지난달 말쯤 본사 엘리베이터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집무실이 있는 층에만 서도록 조작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남기업 측은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어서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부 자료를 빼돌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남기업 한 관계자는 22일 “노조와 문제가 있었을 당시 박준호 전 상무가 성 전 회장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다른 층에 서지 않도록 지시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성 전 회장과 노조가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지 의도적으로 뭔가를 지우려 한 것은 아니다. 증거인멸은 오해다. 박 전 상무도 이 부분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엘리베이터 내부에 CCTV가 있는지, 운행기록이 남아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있는 경남기업 본사는 5층 건물로 성 전 회장의 집무실은 3층에 있다. 1대 뿐인 엘리베이터를 1층과 3층만 오가도록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각종 민감한 자료를 은폐·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또 다른 경남기업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성 전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는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또한 검찰은 박 전 상무가 임원진이 사퇴하고 이삿짐을 싸던 때에 CCTV를 끄도록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경남기업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의혹을 캐고 있다. 경남기업에 따르면 임원들은 지난달 14일 일괄 사퇴서를 냈고, 대부분이 같은 달 30일 사임처리가 됐다. CCTV를 관할하는 부서는 인사총무팀으로 박 전 상무가 담당 임원이다. 기계적인 조작은 1층 경비실에서 한다. 영상에 접근하는 것도 서버 권한이 있는 일부 계정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하다.
검찰은 지난 19일 수사관을 보내 CCTV 영상을 분석하고 경남기업 직원 10여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 가운데 2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가 21일 석방했다. CCTV는 최장 41일까지 기록을 저장할 수 있다. 검찰은 녹화 용량이 너무 커 19일에는 CCTV 화면만 조사한 뒤 21일 3차 압수수색 때 녹화파일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조사한 경남기업 직원 10여명 중 체포됐다 풀려난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재무·자금분야에 대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수행비서 이모(43)씨를 22일 소환한 것 역시 기초조사가 상당부분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성 전 회장의 행적을 가장 잘 아는 이씨는 가족과 함께 집을 떠나 모처에서 은둔하며 검찰 조사를 대비해왔다.
검찰은 다른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경남기업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아직 소환일정을 통보받지 못했다. 다만 21일 압수수색을 나온 검찰 수사관에게 언제 소환할 예정이냐고 묻자 ‘커밍순’(coming soon)이라 하더라. 그래서 소환조사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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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단독] ‘성완종 전용 엘리베이터’에 무슨 일이?… “3층에만 서도록 조작” 증언
입력 2015-04-22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