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의 상흔이 남아 있는 동티모르의 오쿠시. 22일 이곳의 마칼렙 지역에 교회 설립을 감사하는 행사가 열렸다.
‘베드로 마칼렙 기념교회’라고 불리는 이 교회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유엔평화유지군으로 동티모르에 파견됐던 상록수부대 대원 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5명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이들은 2003년 3월 근무지 순찰과 발전기 수리를 위해 에카트강을 건너다가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숨졌다.
건축을 주도한 분당제일교회 박기철 담임목사와 16명의 성도는 이날 오쿠시를 방문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헌당예배를 드렸다. 박 목사는 평소 친분이 있던 동티모르미래재단 이한성 선교사의 요청에 따라 건축재정지원을 하게 됐다. 기념교회는 지난해 9월 공사가 실시돼 이달 초 완공됐다.
박 목사는 헌당예배에서 “상록수부대가 평화유지를 위해 주둔했던 이 자리에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세워지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크신 은혜와 사랑이 기념교회를 통해 동티모르 전역으로 뻗어 나가기를 소망한다”고 축사했다.
오쿠시 지역주민들과 상록수부대의 사이는 각별하다. 2002~2003년 상록수부대장을 역임한 김영덕(특수전사령부교회) 장로는 “당시 기본임무였던 치안유지는 물론 인도적 구호활동을 펼치며 태권도와 새마을운동을 전파했다”며 “진료·방역, 농기구 정비, 의류·학용품 전달, 주택 보수 등도 병행하며 지역 주민들과 깊은 우애를 쌓았다”고 말했다. 마칼렙 주민 마르쿨레누 레노씨는 “이곳에 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상록수부대의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며 “사망한 상록수부대원들을 추모하고 기념하는 공간이 생겨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회건물은 2동으로 본당과 교육관, 상록수부대 기념관과 외빈 숙소로 구성돼 있다. 사역은 분당제일교회와 한인 선교사의 지원을 받아 현지인 목회자가 담당한다.
동티모르는 개신교의 불모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9년 주민들에게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허용했고, 투표 결과 주민의 78.5%가 독립을 찬성했다. 이에 불복한 인도네시아군과 민병대는 동티모르 전역에서 학살·방화를 자행해 인구의 3분의 1을 살육했다. 때문에 동티모르 국민 사이에서는 인도네시아로부터 전파된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이한성 선교사는 “현재 동티모르 개신교인은 전체 인구의 2% 수준”이라며 “공무원이나 NGO직원 외에는 마땅히 일터가 없는데다 남아 있는 개신교인들은 교육 수준이 낮아 취업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기념교회는 지역주민의 교육은 물론 동티모르 선교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박 목사는 “기념교회를 통해 상록수부대의 평화유지 및 봉사활동을 기리고 한국인의 동티모르에 대한 사랑을 계속 알릴 것”이라며 “교육을 받지 못한 지역민들에게 신앙교육은 물론 한국어와 영어, 컴퓨터를 가르치고 식생활 개선을 위한 농축산 기술을 전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분당제일교회, 상록수 부대원 추모 및 복음화 위해 동티모르에 교회 세워
입력 2015-04-22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