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4년6개월여 만에 타결됐다. ‘불평등 조약’ 논란을 빚은 기존 협정이 42년 만에 개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원자력의 연구개발 및 수출에서 상당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게 됐다.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새 원자력협정에 가서명했다. 한·미 양국은 각국 정부와 의회의 내부 검토와 승인을 거쳐 조만간 협정을 발효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증진 등 3대 목표로 정했다.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1973년 발효된 기존 협정에 비해 상당 부분 진전된 성과를 얻어냈다. 세계 5위의 원전 강국으로서의 위상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중점 관심사였던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서 우리나라는 상당 수준의 자율성을 확보했다. 협정은 한국이 핵연료의 중간저장, 재처리 및 재활용, 영구처분, 해외 위탁 재처리 등 방안 중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했다.
‘골드 스탠더드’로 알려진 핵연료 농축·재처리 금지 조항은 삭제됐다. 이에 따라 한·미간 공동 연구가 추진 중인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의 건식 재처리)’ 및 ‘조사후시험(방사성 물질의 특성 확인 실험)’과 ‘전해환원(파이로프로세싱의 전반부 공정)’ 등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 활동 또한 국내 시설에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한·미 양국 합의를 통해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국이 원전연료 공급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원전 수출 분야에서는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제3국에 대해 미국산 핵물질과 원자력 장비 등을 미국 동의 없이도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새 협정은 기존 협정과 완연히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선진적이며 향상된 원자력 지위협정이 이번에 마련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한·미 원자력협정 4년 7개월 만에 타결… 사용후 핵연료 처리 자율성 보장
입력 2015-04-22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