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 발표, 우산혁명 재현되나

입력 2015-04-22 16:47
결국 예상대로였다. 홍콩 정부가 22일 2017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제도 최종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의결한 방안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전인대 선거안은 큰 틀에서는 현재의 간접선거를 직접선거로 바꾸는 것이었지만 민주파 후보의 입후보를 사실상 제한하는 장치를 두면서 지난해 가을 ‘우산혁명’으로 불렸던 홍콩 시민의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켰다.

캐리 람 정무사장(총리)은 이날 입법회(국회격)에 출석, 전인대 선거안을 토대로 지난 1~3월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마련된 ‘행정장관 보통선거 방법 자문보고 및 방안’을 보고했다. 람 사장은 88회의 자문회의 및 공청회와 13만여건의 서면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 나서기 위해서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1200명으로 구성된 행정장관 지명위원회에서 최소 120명, 최대 240명의 추천을 받아야 예비 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5~10명의 예비후보 중 지명위원들의 복수 투표를 통해 50% 이상의 득표를 얻은 상위 2~3명이 최종 행정장관 선거에 나설 수 있다. 행정장관 선거는 직접·보통선거로 치러지고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문제는 임기 5년인 지명위원들이 대부분 친중국파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민주파 인사들이 이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예비 후보로 나서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설령 예비후보가 돼도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홍콩 시민들과 민주파 의원들이 ‘무늬만 민주선거’라고 비판해온 이유다.

렁춘잉 행정장관은 람 사장 발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7년 선거에서 1인 1표제(직접선거) 도입은 홍콩인뿐만 아니라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의 바람이기도 하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선거개혁과 관련한 새 진전이 이뤄지는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당은 벌써부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입법회 전체 의원 70명 중 범민주파 27명은 노란색 엑스(X) 마크가 찍힌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입법회에 출석했다가 람 사장이 보고하는 동안 일제히 퇴장했다. 범민주파인 앨런 렁 공민당 주석은 “오늘부터 정부안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겠다”며 “정부안을 부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회 밖에선 일부 시민들이 지난해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노란 우산을 든 채 시위를 벌였다. 대학생들도 23일부터 시민 상대의 여론조사 활동을 벌이는 등 행동에 나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정부안이 입법회를 통과하려면 전체 70명 중 3분의 2이상(최소 47명)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로선 친중파 의원이 43명에 불과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람 사장은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렁 행정장관은 통과를 확신하고 있다. 홍콩 정가에서는 일부 민주파 입법 위원들이 찬성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흘러 나오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